영화 <헤일, 시저!>와 연극 <햄릿 아비>를 보고
지난 주 목요일에 코엔 형제의 영화 <헤일, 시저!>를 봤습니다.
코엔 형제 특유의 신랄한 유쾌함이 좋았습니다.(예전보다는 약했지만)
그들 형제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며,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보는 내내 느껴졌어요.
(오해를 불러 올수도 있지만, 정치와 배우들에 대한 냉소도 보이고요. 조지 클루니 귀엽습니다.)
게다가 배우! 배우! 배우! 들을 볼 수 있는건 덤.
조조를 봐서 극장 밖에 나오니 한 낮의 햇살이 눈부셨지만, 유쾌한 마음으로 밝은 햇살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영화 외에는 극장을 찾아 다니며 봐야하는 모양입니다.
코엔 형제 감독 연출에 이런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가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나 볼 수 있다니!!!
일요일에는 한 십 수년 만에 <햄릿 아비>라는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나갔습니다.
출발은 꽤 산뜻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온 후에는 대학로에 발길이 뜸했었거든요.
오랜만에 대학로를 둘러 보니, 변한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문제는 '햄릿 아비'라는 연극을 본 것이었어요.
뭔가 글쓰는데 자극이 되길 바라며 관람을 했거든요.
연극은 지하철에 갖힌 '장례 플래너'인 남자가 겪는 환상극 인데요.
'햄릿'에서 시작해서 이승만, 박정희, 역사교과서, 일본군 성노예, 세월호 등의 문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다룹니다.
씁쓸했습니다.
왜냐하면, '프로파간다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 처럼 느껴졌거든요.
예술의 방식이 아닌, 정치의 방식으로 보여주려 하는듯 하여 씁쓸 했고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절박감을 안겨준 현 시대 상황이 씁쓸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목요일에 본 <헤일, 시저!>의 유쾌한 풍자와 유머와 비교가 되서 더 아쉬웠습니다. 물론, 두 작품을 단순 비교하기엔 너무 다른 작품이긴 하지만요.
오후 3시에 시작한 연극이라 끝나고 밖에 나오니 햇살이 눈부시더군요. 차라리 어두웠다면 좋았을 것을.
현재 미국도 정치적으로 썩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점,점 퇴색하고 있지만)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치나 이념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어여 와서 맘 편하게 연극을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화면속에 인물이 아닌 무대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긴 합니다.
앞으로는 괴롭더라도 자주 연극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 그래도 '햄릿, 아비!'는 최근에 만연한 TV드라마 같은 연극 방식에서 탈피해 예전 실험주의 적인 방식을 택한 용감한 연극이라고, 함께 본 남자 연극 배우와 제 누이가 설명해 주더군요. (세월호 장면에서는 제 옆에 앉은 두 분이 다 펑펑 울어서 제가 울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드라마가 현실을 넘지 못하면 드라마라 할 수 있을까?' 라고 반문했습니다.
어쨌든 제 기대치가 너무 높기도 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요. 그래도 첫 공연이었고 앞으로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배우들 간의 합이 맞으면 재밌는 풍자극이 될 가능성이 큰 연극입니다. 혹시, 연극 좋아하시면 보러가셔요!
** 주인공 배우는 '이태형'이라는 분이고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연기가 인상적 입니다. 영화 '악의 연대기' 초반에 택시기사로 위장한 괴한으로 나와 손현주 씨의 칼에 죽임을 당하는 역활을 했던 분입니다. 실물이 훨씬 분위기 있는 배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