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양 May 07. 2018

국세공무원 합격 후의 일들

발령, 신규직원 교육, 유학 등 댓글로 많이 물어본 질문과 답변

브런치를 손 놓고 지낸지 1년이 넘었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같은 2016년과 2017년을 보내면서 브런치는 늘 미뤄둔 숙제같은 느낌이었다. 쓴지 한참 지난 포스팅에도 더러 질문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국세청에 대한 정보가 참 없기는 없는가보다. 국세청이 폐쇄적인 조직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별거 아닌 이 브런치를 감찰에서 친히 주시하고 계신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국세청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12월 25일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일하는 국세청 ㅠㅠ

2005년 10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 주변에 아는 공무원이라도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사돈의 팔촌까지 더듬어봐도 세무공무원은 없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면 스터디 그룹이나 강사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 집에서 독학하는 수험생 신세라 의지할 곳은 수험생 카페뿐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세무서 발령, 승진, 유학 등 댓글로 많이 물어본 질문을 추려 정리해보았다. 수험생 카페에 의존하던 그 시절 나같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근두근 첫 세무서 발령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도 잠시, 신규직원 교육(정식 명칭은 신규임용후보자 교육)이 시작되면 또 수험생 같은 신세가 된다. 교육 성적대로 초임 발령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줄세우기는 언제쯤 끝나는걸까

정확히 말하자면 희망하는 지방청(서울청, 중부청, 대전청, 광주청, 대구청, 부산청)을 성적순으로 나누고, 주소지와 세무서의 결원을 고려해 각 세무서로 배치된다. 내가 신규 교육을 받을 때는 다들 서울청을 희망했고, 지방출신인 분들은 고향이 있는 지방청으로 가기 원했다. 중부청을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중부청이 세무서간 거리가 멀어 인사이동을 할 때 애로사항이 많고 다른 지방청에 비해 일이 많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지방청 TO는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해엔 몇백 명의 신규 중 서너명만 서울청에 간 적도 있었고, 수십명이 간 적도 있었으니 복불복이다. 광주청은 가기가 어려운데, 기존 직원들의 고충을 우선 처리하고 남은 자리를 신규직원으로 배치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고충제도는 공무원고충처리규정이라는 법으로 정해진 제도인데, 제2조에 "공무원은 누구나 근무조건·인사관리 기타 신상문제에 대하여 인사상담 및 고충심사(이하 "고충심사"라 한다)를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가족들은 서울에 있는데 혼자 지방에서 근무해서 심신이 고달프다든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해서 다른 지방청으로 옮겨야 한다 등등 눈물이 쏙빠지도록(?) 구구절절 사연을 써서 고충심사를 청구하면 타 지방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가고자 하는 지방청에 빈자리가 있어야 고충으로 이동이 가능한데, 중부청에 비해 서울청은 빈자리가 적어서 서울청에서 중부청으로 옮기는 건 수월해도 중부청에서 서울청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2년마다 반복되는 고민, 인사이동


신규직원 교육 성적에 따라 소속 지방청이 결정되고 세무서에 배치된 후에는 2년에 한 번씩 연초에 인사이동을 하게 된다. 인사이동은 원칙적으로 동일 지방청 내의 세무서로 이루어지는데 원하는 세무서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지원할 수 있다. 서울청의 경우 대학입시 때 가군, 나군, 다군으로 구분해서 지원하는 것처럼 지원 가능한 그룹이 정해져 있어서 인접해있는 세무서(예: 송파 세무서와 잠실 세무서)는 동시에 지원할 수가 없다.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일 뿐 100퍼센트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세무서에 배치될 수도 있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중부청의 경우 세무서가 띄엄띄엄 있어서 인사이동에 어려움이 많다. 중부청은 인천부터 강원도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2년 동안 인천 세무서에서 근무하다가 동해 세무서로 발령받을 수도 있다.(이론상으로는 그렇다.) 부산청 소속 직원은 부산광역시 내에서 6년간 근무하면 다음엔 경남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사도 자주 다니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주말부부도 각오해야 한다.


의욕 넘치는 수험생 중에서는 초임 발령을 본청으로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계셨다. 본청과 지방청은 8급 이상부터 근무 가능하고, 최소 경력이 2년 이상 되어야 한다. 7급 합격 후 세무서에서 2년 근무하고 바로 본청으로 전입해서 4년 후 6급으로 승진하면 동기들보다 상당히 빨리 진급할 수 있다.


지방직 9급이냐 국가직 7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시생 중에 국가직 7급 시험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국가직 7급을 준비해서 4월에 9급 시험, 7월에 7급 시험을 보고 지방직 시험도 챙겼다. 댓글을 남긴 분 중에 지방직 세무9급과 국가직 7급을 동시에 합격하고 고민에 빠진 분이 있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당연히 지방 세무직 9급을 선택하고 싶다.

업무량과 민원으로부터 야기되는 스트레스를 비교하면 국가직의 압승이다. (또르르ㅠㅠ) 이 한몸 불살라도 좋으니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면 국가직 7급을 선택하셔도 좋겠지만, 워라밸 측면에선 지방직 9급이 유리하다고 하겠다. 같이 근무하던 후배 중에 지방직으로 몇 년 근무하다가 국가직 시험을 준비해서 세무서로 온 경우가 있었는데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왜때문에 그런 선택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었다.

왜때문에..??


세무사냐 국세공무원이냐 그것도 문제로다


질문 중에는 세무공무원 9급으로 시작해서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세무사로 일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바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해서 세무사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다.


세무공무원 9급으로 시작해서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세무사로 일하면 실무 경험과 인맥이 풍부해서 비(非)공무원 출신보다 경쟁력이 있다. 공무원 출신이라면 세무서 내부에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 자료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내가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다시 국세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것도 수험생 카페에 누군가 남긴 이러한 내용의 조언 때문이었다.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20대 여성 세무사가 당장 개업해서 세무사 사무실을 차린다한들 누가 일을 맡기겠는가 싶었다.


이왕이면 세무사 자격증을 먼저 취득하고 국세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시험을 준비하던 때엔 세무사 시험과목 중 세법과 회계, 영어 과목이 공무원 시험과목과 겹쳤고 재정학은 경제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면 국세공무원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여러모로 유리하다. 아무래도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무원 수험생에 비해 세법과 회계 과목을 심도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신규 교육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세무서에 발령받을 수도 있고, 이론이 탄탄해서 실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본·지방청에 전입할 때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며, 승진할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국세공무원에 뜻을 둔 수험생이라면 세무사 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둘다 준비하는 큰 로드맵을 그려놓고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세무서에서 일하면서 세무사 시험 준비는 가능할까?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창 일배우는 신입 시절에 시험공부까지 병행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고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하다. 야근이 많은 부서에서는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민원봉사실은 정시 퇴근하고 야근이 없기 때문에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게다가 국세공무원교육원 사이트에서 세무사 시험 과목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도 있고, 국세공무원 경력 10년 이상이면 세무사 1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으니 합격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무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9급에서 7급으로 점프


근로장려금 때문에 필요 정원이 늘어서 2008년에 국세공무원을 대규모로 선발한 적이 있다. 2007년 세무직 7급 임용자(=2006년 합격자)가 150명 수준이었는데 2009년 임용자는 500명 가까이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당시 9급 신규직원 중에 7급으로 합격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아마도 7급 시험을 준비하면서 9급으로 합격해 근무를 하다가 마침 운좋게도 이듬해 7급 선발인원이 늘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지 싶다.


일을 하면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야근과 회식도 해야겠고, 수험생 신세를 벗어났으니 그동안 못만난 친구들도 만나야겠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은데 수많은 유혹과 방해를 물리치고 외로운 수험생활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7급 합격이 또한번 인고의 시간을 감수할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세무서에서 9급과 7급이 하는 일은 동일하다. 다만 담당구역과 업무분장을 할 때 직급과 경력순으로 배정을 하다보니 9급보다는 7급이 아주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또한 복불복이다. 월급은 50~6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국세청이 워낙 승진이 더뎌서 9급에서 7급으로 진급하는데 10년은 족히 걸리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인생의 목표를 워라밸에 두느냐 승진에 두느냐에 따라서 7급 합격에 시간을 투자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휴직 할 수 있나요?


공무원은 해외유학하는 경우 3년까지 휴직을 할 수 있다. 정확히는 3년 이내이나 학위 취득 등 경우에 따라서 2년 연장이 가능하므로 3년 휴직을 신청하고 2년 연장해서 5년까지도 가능하다. 게다가 2년까지는 봉급의 50%를 받을 수 있다. 대학교에서 학위취득하는 유학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 부설 어학원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도 유학휴직이 가능하다. (사설 어학원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은 해당이 안된다.)

자세한 사항은 인사혁신처 <공무원 인사제도> 참고


심신이 너덜너덜했던 시절, 어학연수라도 다녀올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더라면 과감히 질렀을텐데, 아무리 기본급의 50%가 나온다 하더라도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에 유학휴직은 그림의 떡이었다.


물론 국비유학제도도 있다. 6개월짜리 국외단기훈련과 2년짜리 국외장기훈련이 있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영어점수와 훈련과제심사를 통해 선발되는데 직급별로 TO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젊은 사무관들은 2년 유학을 많이 준비한다. 대상자로 선발되면 학비와 체류비 등을 국가에서 지급해줄뿐 학교나 훈련받을 기관을 섭외하고 입학 허가를 받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한다.




오래된 포스팅에 질문 댓글이 달리면 참 반가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달면서 부디 합격해서 동료로 만나자고 빌었다. 혹시 합격하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소식을 전해주시길. 그리고 그밖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을 남겨주시길 바란다.

이전 09화 국세공무원 탐구생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