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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양 Sep 15. 2021

내가 국세공무원을 선택한 이유

국세공무원 면접 준비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봅시다

동아리 후배가 얼마전에 주식 투자에 대한 책을 냈다길래 읽어보았다. 전공을 바꿔 의사를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주식 투자 분야에서 그렇게 유명한줄은 몰랐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에필로그였는데,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전공을 바꾸는 과정에서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비를 버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엔 전혀 내색을 안했기 때문에 몰랐는데, 이 친구도 힘든 시기가 있었구나 하는 짠한 마음과 동시에 나도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왜 절박하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공무원을 선택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선택의 갈림길을 복기하다

 

2005 추석 무렵, 백화점에서 갈비 판매 행사장에서 2주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세무사 2 합격을 확인했었다.

수습 세무사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6개월 수습을 하고 나서도  고용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근무 세무사도 연봉이 높지 않다고 했다. 어떤 지인은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니 보험설계사를 하면 돈을 많이   있을거라고 추천했다.

스물 일곱  여자, 경력은 여성복 디자이너 2. 가진건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세무사 자격증뿐인데,  스펙으로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길을 택하자”였다. 보험 설계사든, 근무 세무사든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공무원은 스물 일곱 살 때가 아니면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진로를 결정하고 운이 좋게도 2006년 7급 국가공무원 세무직에 합격해서 2007년부터 공무원으로 살고 있다.

 


국세공무원이어서 좋은 점은?

 

1.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무슨 초딩이나 말할 법한 이야기냐고 기함하겠지만, 어느 부모님인들 자식이 공무원하겠다는데  좋아하실까.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엄마의 꿈은 세무서에서 일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내가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을  엄마는 “ 생각했다 좋아하셨고, 딸이 세무공무원이어서  자랑스러워하셨다. 이만하면 자식으로서 효도는  했지 싶다.

장하다 내새끼

부모님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투영할 필요는 없지만, 특별히 선호하는 직업이 없거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공무원이 되어 그간에 못다한 효도를 한방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다

세무서에서 일하다보면 말도 안되는 민원에 시달리고, 종종 칼들고 뛰어가겠다 내지는 석유 뿌리고 불지른다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만나긴 한다. 그렇지만 대기업 회계팀장도, 중견기업 이사도 자기 회사 담당인 9 공무원에게는 깍듯하게 대한다. 세무공무원이 아니었다면 새파랗게 어린 9 공무원에게 이렇게 깍듯할 일인가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밥 벌어 먹는 공노비 주제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대출도 잘 나오는 편이다.

 

3. 업무강도 대비 급여 수준이 사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나만의 의견이긴 하지만,  정도 업무 강도에  정도 급여 수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9 새내기의 한달 실수령액이 150만원 정도니 최저임금 수준이기는 하나 7급으로 시작해서 호봉이 쌓이면 형편이  낫다.


연봉의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대기업 연봉에 비하면야 한참 부족한 수준이고, 중소기업 연봉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공무원이  사람들은 대체로 공무원 급여에 만족하며 사는데,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불만을 느낄 수도 있을  같다.

 

4.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세무공원은 아주 다양한 사람과 기업을 상대한다. 세무조사를 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을 이해하게 되고, 세무서에서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상대하게 된다. 이게 피곤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상대하는 인간군상의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배우는 점도 많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

또한 국세청 조직 자체에서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세금 부과 징수라는 본연의 업무 말고도 본지방청에서 기획 업무도 할 수 있다. 나는 세무서에서 개인과 법인의 세금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본청 세정홍보과로 전입해서 국세청 SNS에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들고 각종 행사를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역외정보과에 있을 땐 일본 국세청 직원들과 회의를 하한 적도 있었고 OECD 회의에 참석한 적도 있다. 지금은 지방청 조사국에서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운이 좋아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고 시야가 넓어졌다.

 

미국의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캐롤 드웩 교수는 ‘마인드셋’이라는 책에서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각자 타고난 능력은 다르지만 누구나 그런 능력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국세청이 체질에 잘 맞고,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책 광고는 아니지만 궁금하실까봐
5. 전문성을 키워 퇴직 이후에도 일할 기회가 있다.

2001 이전 입사자인 경우 5급으로 5 이상 일하면 세무사 자격증이 자동으로 부여되었다. 지금은 10 이상 일하면 세무사 1 시험을 면제하고 20 이상 일하면 세무사 2 세법학 1, 2  과목을 면제한다. 회계학 두과목만 준비하면 되니까 부담이 덜하다.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퇴직하고 나서 경력을 살려 세무사로 일할  있다. 맨땅에 헤딩하듯 개업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지인이 운영하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신고기간에만 신고 작성 업무를 해줄 수도 있고, 사기업의 회계팀에서도 일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성을 살려 일할  있는 기회가 다른 직종보다 많다고 하겠다.


내가 스물 일곱 살일 때, 손에 갓 딴 세무사 자격증을 쥐고 고민하다가 국세공무원이 되기로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국세청 경력을 쌓아 개업을 하겠어.”

진짜로 개업을 할지, 사기업으로 이직을 할지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선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여기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쌓여 나중에  비즈니스를 하게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면 작은 일도 허투루   없다.

돈도 벌고 경력도 쌓고…님도 보고 뽕도 따고


6. 내가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끔 든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회사 워크숍에서 회장님 용비어천가를 많이 듣고 왔다고 한다. 고상하게 표현된 용비어천가는 솔직히 말해서 ‘위대하신 회장님 덕분에 너희가 월급을 받아 먹고 살지 않느냐, 그러니 회장님께 감사하라 소리였다며 웃어넘긴 적이 있다.


일한만큼 월급을 받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점에서는 공무원이든 직장인이든  차이가 없겠지만, 이왕 노비질로  벌어먹고 살거면 국가를 고용주로 하는게 아주 쬐끔 낫지 않나 생각한다.


국세청은 국가의 살림살이를 위해 돈을 모으는 곳이니, 나는 사사로이 기업 오너를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하는 거라고,  아래 단전으로부터 자부심을 끌어모으면 그래도 노비질이 조금은 보람차지 않을까.

그래봤자 신용카드의 덫에 걸린 신세는 똑같다


면접관이 “ 공무원이 되고 싶냐 묻거든...

 

위에서 이야기한 여섯 가지를 솔직하게 면접관에게 얘기하기는  부끄러우니, 순한맛 버전으로 다듬어보자.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식상하지만 일단 기본은 해야하지 않을까. 사실 월급받고 일하는 건데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은 좀 이상하고, 국가를 위해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두에 깔면 좋겠다.

 

“직업을 가지고 월급을 벌어야만 생활이 가능한데, 이왕이면 국가를 고용주로 삼고 싶습니다.”

 

“국세청은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서 국가의 살림살이를 위해 일한다면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 성장을 추구하고 조직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자기 성장만 추구한다고 하면  이기적으로 보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나도 성장하고 너도 성장하면 좋지 않냐고 말하면 좋을  같다.


“국세청에는 여러 부서가 있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통해서 제 역량을 키우고, 국세청 조직이 보다 유능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해나가는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문성을 키워 퇴직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여가시간에 짬짬이 공부를 해서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퇴직 후에 세무사로 활동하면서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의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이정도면 국세청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면접관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신규직원이 이런 말을 하면 너무 기특할 것 같다. 언제 퇴직을 하든 그건 그의 자유지만, 열심히 제 몫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빌런은 우리 조직에 두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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