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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Oct 24. 2021

인간관계 예의

나의 예의는 당신에게도 예의일까?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절친한 친구는 아니더라도, 1년에 한두 번 이상 얼굴을 보며 지내는 친구(사실 한 살 동생)가 있다. 2년 전, 그녀는 만나게 된 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그와 헤어지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나서 1년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번 헤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의 심한 반대 때문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머니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아주 좋아했던 남자였기에 잘 된 일이라며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우연히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하거나 안부를 물으며 지냈다. 몇 주 전, 그녀는 청첩장이 드디어 나왔다며 나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만나기로 한 날 당일이 되었고 전날 미처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아서 아침 일찍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몇 주 동안 주말에 쉬지 못하고 계속 외출을 하여 몸이 매우 피곤하다며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다음 날짜를 다시 정하는 것도 아니었고, 막연한 '다음'이었다. 느낌이 왔다. 무언가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나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못할 것이기에 만남을 미루는 듯했다. 그녀는 모바일 청첩장 링크를 보내며 '식 후에라도 만나'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8년 동안 친밀한 인간관계를 쌓아오던 그녀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받은 것은 모욕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결혼식에 오라는 뜻도 아닌 듯했고 반겨하지도 않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골병이 나고 피곤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결혼식이 한 달도 더 넘게 남은 기간 동안 1시간 정도의 시간조차 내주기 어려운 그 마음을 알아 버린 이상 이 관계는 여기까지라고 정리했다.


결혼에 초청할 때 직접 만나서 청첩장을 주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도 결혼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모바일 청첩장이 편리하다고는 하지만 카톡으로 '띡' 링크 보내 게 끝인 편리함은 상대방인 나에겐 무례하게 느껴졌고 함께한 세월이 무색했다. 함께 간단한 차라도 한 잔 하며 청첩장을 건네이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싶다.


지난날, 친구들의 결혼식을 앞둘 때면 늘 함께 식사를 하고 청첩장을 받았다. 그 자리는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기분이 좋은 자리였다. 청첩장을 받는 나는 무언가 그 친구에게 소중한 인간관계 중 하나라는 느낌을 받고 그 친구 또한 가득한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준비했다.


나를 초대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긴 거라면, 그것을 솔직히 얘기라도 하든, 눈치라도 줬다면 더 나았을 텐데 '다음에 보자'는 말로 뭉개버리는 것이 불쾌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 친구 나름의 예의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어떤 말이라도 솔직하지 못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녀와의 우정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축의금을 송금했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몇 개월이 지나도 그녀는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한 명의 인연이 끝이 났다.


공통된 것도 있겠지만 100인에게는 조금씩 다른 100예의가 있다고 짐작해본다. 예의는 일종의 상식이고, 상식은 모두에게 기준이 다른 것처럼 예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으로 다른 계기로 오해를 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일로 그 친구에 대한 서운함에 더하여 인간관계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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