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소이캔들이라 하여 생각보다 비싸다. 하나에 2만 원 가까이했던 거 같다. 초가 탈수록 옆에 가장자리에 있는 촛농이 그대로 붙어있고 아래로만 푹 꺼지는 거 같아서 옆에 남은 촛농을 긁어 모아 평평하게 모양을 잡았다.
그 후 처음으로 초를 켜보려는데, 아무리 라이터를 갖다 대도 불이 안 붙는 거다. 단지 심지가 안에 깊이 박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옆에 둘러져 있는 촛농이 심지에 너무 가까워서 불이 붙어도 금방 촛농이 녹아 액화되어 불꽃을 꺼트렸다.나름 아껴서 쓰겠다고 벽에 붙은 촛농도 긁어놓은 건데 너무 심지를 숨 막히게 했나 보다.
심지는 불에 붙어 타들어가면서 초를 순식간에 넓고 깊게 녹인다. 딱 심지 하나만 있으면 불이 붙는 게 아니라 옆으로 녹아내릴 공간이 필요한 거였다.
우리 삶도 이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챙겨준다는 이유로 너무 옆에 붙어 있고 숨 쉴 틈을 안 준다면 상대방은 마치 불이 붙을 수 없는 초의 심지처럼 제 역할을 못하고 살게 될 수도 있다. 초와 심지는 상호 필요한 관계지만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제 역할을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아깝다고 꼼꼼히 모아둔 촛농을 일회용 포크로 옆으로 살살 긁어 걷어 내었다. 이내 심지 주변에 빈 공간이 생기자 불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었다. 일상의 작은 경험에서도 무언가 교훈을 얻는다. 때론 가깝게, 때론 멀게. 그것이 사람 사이가 오래가기 위한 비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