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만 보려던 날의 결말

by 마린

어제 우중런 여파로 오늘은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날씨가 지나치게 좋았다.

파란 하늘, 온화한 바람,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들.

참지 못하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 벚꽃길을 잠시 보고 오려고 했는데, 그 길이 지역 축제와 이어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축제 속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고,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축제 음식을 사 먹었다.

이런 건 길에서 정신없이, 비싸게 먹어야 더 맛있다.

어디선가 풍악소리도 들려오고, 끝없이 나의 발길을 붙잡는 것들.

특히 닭꼬치 냄새와 오코노미야키 같은 것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놀다 보니,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좋아하는 에그타르트 집이 떠올랐다.

온 김에 먹어야겠다 싶어, 또 걷기 시작했다.

에그타르트를 먹고, 근처 좋아하는 편집숍을 잠깐 들르고, 서점도 잠깐.

운동화도 잠시 구경하고, 꽃집까지 다녀왔더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정말 잠시 벚꽃길만 구경하려던 나의 일정은,

7시간 만에 2만 보를 채우며 마무리됐다.

정말 피곤했는데, 진짜 쉬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지나치게 좋았던 오늘의 날씨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