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를 벗고, 봄 안으로 들어갔다

by 마린

새벽 다섯 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기다리던 경주 벚꽃 마라톤 당일인데 말이다.

이게 맞나, 3초간의 고민.

그런데 묘하게 설레는 기분이 먼저였다.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산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쪽에 가깝다.

“해보지 뭐.”

빗속을 달렸다.

길게 이어진 벚꽃길을 따라,

우비 안으로 스며드는 빗소리를 들으며.

반환점이 가까워질수록

조금 더 깊이 빗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결국 우비를 벗었다.

순간,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

해방감이었다.

빗속을 달리는 자유로움,

벚꽃길을 가르는 낭만,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

나라는 사람이 점점 선명해졌다.

오늘,

용기 내어 준 나에게

빗속을 웃으며 끝까지 달려온 나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