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로 산 나 / 사업가로 산 그

업무 미팅 후

by eyanst

작업자로 산지 20여년.


어려서 이 일을 막 시작할 때 세상을 아무 것도 몰랐고 지금 생각해보면 순진했다.


그저 내게 일이 오기만 바랬고 일이 오면 가진 재주 ,재능 아는 지식 동원해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했었다.

때로는 내 옆에 사람이 앉아서 내게 지시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으며 작업 중에 내 고개를 떨구고 잠든 적도 몇 번 있었다. 집에 못간 날도 사나흘씩 되었긴 일수였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그 수면부족은 날 힘들게 해.



왜였을까.

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고 당시에 가장 친한 잘 나가는 선배도 음악하는 다른 잘 아는 지인도 아무도 손을 내주지 않았다.

그 선배는 제작자나 다른 작곡가등 자기 지인이 찾아 오면 문을 닫고 아무도 못들어오게 했고 인사도 시키지 않았다.


속으로 운 적도 많았다. 서러웠고 음악하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어서.


어제 가상 아이돌 제작건으로 서초동의 모 회사 미팅 후 나오며.

나와 나이가 같은 대표를 보며 문득 사업가로 사는 그의 옆 모습을 봤다.

꽁지 머릴 묶고 캐주얼 하게 차려 입었지만 그는 사업가의 말을 한다.



작업자로 산 나. 사업가로 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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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지니스가 뭔지 모른다.


골프도 재미없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아.
담배도 안 피고 비교적 게으르지도 않지.


난 그냥 미련하게 내 일이 제일 좋았을뿐.



하지만

잘못 산 걸까? 하는 생각이 사업하려 제주 내려와 있는 요새 자주 든다.

내 알량한 재주로 사업이라니 가당키나 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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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처럼 언제까지 날 녹여내며 살 순 없지 않나.

근데 난 날 다 태우고 녹이고 싶다.

다 태우고 없어지고 싶다.

어쩌면 그게 소원이기도 하다.


그래도 .. 다 녹기 전에 뭔가 하긴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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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그래도 그걸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정말 난 잘 모른다.


근데 뭐 나 음악 시작 할 때랑 같네.

아니 조금 낫나.


그때도 혼자였고 다치면서 돌파해왔고 그래왔다.

피로에 몸 아프지 말고 이렇게 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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