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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Aug 30. 2024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예습하기

잃어버린 감수성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

얼마 전, 우연히 드라마 포스터를 보게 됐다. 2024년 9월 27일에 공개 예정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포스터였다. 내가 본 포스터는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이세영

잘 어울리는 두 배우가 절절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별히 <사랑>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는 곧 포스터 자체에 매료되어 각 배우를 찾아보았다. 여자 주인공은 배우 이세영, 남자 주인공은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였다. 배우 이세영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나는 곧 구글링을 시작했고, 그가 일본에서 꽤 유명한 배우임을 알게 됐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영화로는 너와 100번째 사랑 (2017),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2018), 남은 인생 10년 (2022) 등이 눈에 띄였고, 드라마로는 각각 한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미안하다, 사랑한다 (2017)와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 (2018)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곧 공개될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전에도 벌써 2개의 한국 작품에 참여했다니 괜히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 배우의 연기가 궁금해져서 몇몇 작품의 시놉시스를 들여다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보기로 결정했다. 바로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2021)>라는 10부작 드라마였다. 재밌어서 하루 만에 완주했다. 웰메이드 로코다. 주말에 빈둥대며 피자랑 콜라랑 함께 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2005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한국의 공지영 작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 그리고 각 소설의 한일-일한 번역을 담당한 김훈아 번역가의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공지영 작가는 한국인 여성 입장에서 글을 써 내려 가고, 츠지 히토나리 작가는 일본인 남성 입장에서 글을 써 내려 간다. 각각 완결된 권씩이다. 따라서 본 작품은 총 2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처음에 한 권을 읽은 뒤, 다음에 남은 한 권으로 같은 사랑 이야기에 대한 남녀 당사자의 서로 다른 관점을 보충해서 읽어 나가게 된다. 참고로, 소담출판사에서는 2024년 8월 20일 개정판을 출간했다. 책을 이미 읽어 본 분들, 또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분들 모두에게 서정성 짙은 문학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설 2권을 차례로 읽으면서 조금은 어색한 감정을 느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문학 작품 자체를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그래서 문학 작품 특유의 비유와 은유를 보고 단번에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읽히지 않는 글들을 읽고 또 읽으며 스스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다. 언제 이렇게 감정이 메마르고, 정서가 고갈되어 버렸는지 한참을 되돌아봤다. 짐작컨대, 사회로 나와 점점 더 나이가 들면서 매사에 "그래서 핵심이 뭔데? 간단하게 요점만 말해."라고 대꾸하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여기게 된 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느덧 두 권의 책을 완독한 지금, 아주 작게나마 감수성을 회복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로써 드라마를 볼 준비는 끝났다.


2024년 9월 27일.

어떻게 드라마가 그려질지 궁금하다. 두 주인공은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인지, 아님 일본어와 한국어가 교차되어 소통되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소설과 같은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이 모든 궁금증을 품은 채, 두 배우가 그리는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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