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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Aug 02. 2024

바닥에 붙은 걸레

네가 조금의 얼룩도 묻지 않게

애쓰던 마음속에는 귀중한 티셔츠

너덜너덜하게 달아버린

내가 빠진 마음속에는 허름한 걸레

      

네게선 벗어났지만

난 더 큰 바닥의 몸에 붙어살아     


어떤 게 내 모습이냐고 물으면

지금의 모습이라고 말해야겠지

나도 너처럼, 원하는 대로 못 살았다 말해볼까     


내가 미세한 티도 묻지 않게 기도했다면

너는 픽― 웃을 거야

내가 쪼금의 오물도 참지 못한다는 걸 알면

너는 또 픽― 웃을 거야

걸레는 걸레라고      


네 몸에서 나와

더러운 오물이 튄 바지를 닦아주고

흩어진 쓰레기를 모아주는 내가

환하게 더럽다고      


걸레로 살다가 네게 버림받아도

다시 다른 걸레로 태어날 거야     


닦아주는 내가

가장 낮은 바닥을 기는 내가  

네게 붙어서 말하잖아


나를 잡고 한 번씩 훔칠 때마다

바닥이 내 속을 비춰준다고

네게 붙어서 말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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