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찬이 이거밖에 없어!”
“소불고기에 콩나물무침, 김치, 된장찌개. 이거면 됐지, 반찬 투정이야!”
막내딸은 입이 됫박만 하게 나와 있었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 데친 브로콜리와 멸치볶음을 꺼내서 식탁 위에 놓았다. 딸은 소불고기를 한 젓가락 집어 먹더니 김치를 먹는다. 다행이다. 오늘은 “밥맛 없어. 밥 안 먹을래!”라는 돌림노래를 안 하고 넘어갈 것 같다. 나는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반찬을 가까이 밀어주었다.
“건들지 마!”
나는 기분이 안 좋았지만, 사춘기 딸이니까 참는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러다 나는 막내가 영양제를 잘 챙겨 먹지 않는 게 생각나서 소불고기 옆에 영양제 통을 살포시 놓았다. 막내는 먹으라는 뜻을 알았는지 화를 냈다.
“건드리지 말라고!”
딸은 영양제 통을 식탁 끝으로 ‘쾅’하고 놓았다. 영양제 통이 힘을 받아 옆으로 넘어졌다.
나는 건드리지 말라는 딸의 핀잔에 덩달아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걸 애써 식혔다. 가만히 넘어가기엔 억울하고, 딸이 이렇게 나한테 대하는 걸 계속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엄마도 건드리지 마!"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법을 썼다. 딸이 눈이 똥그래지더니 말이 없었다. 나는 숨죽이며 딸의 표정을 살폈다. 밥을 안 먹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법이 통했다. 다행이다!
딸은 자기도 잘못한 걸 아는지, 이기지 않은 갈등이지만 지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갔다. 소불고기가 맛있어서도 그랬다. 딸은 한 가지 맛있는 반찬만 있으면 먹으면서 기분이 풀린다.
맛있게 먹느라 소불고기가 두 점 정도 있을 무렵 나는 프라이팬을 들고 와서 그 접시에 담고 있는데 딸이 자기 밥그릇에 넣어달라고 했다. 비벼 먹고 싶은가 보다. 나는 딸 밥그릇에 소불고기를 담아줬다.
“엄마, 팽이버섯이랑 국물도!”
“이건 건드려도 돼?”
나는 화내던 딸의 말을 되짚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달라고 했으니까 괜찮지!”
나는 딸의 말에 대꾸를 안 하고 해 달라는 대로 해주고 프라이팬을 치웠다. 딸은 밥을 싹싹 긁어먹고 자기 방으로 갔다.
“이건 달라고 했으니까 괜찮지!”란 딸의 말에 아직까지도 웃음이 나온다.
엄마한테 지지 않으려는 똑 부러진 딸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