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에 베란다로 들어왔는데, 우리 집에 들어온 첫째 날이 제 생일이니까 귀뚜라미가 태어난 지는 5일 됐다. 베란다를 지나 거실로 들어오려는 걸 창문으로 막았는데, 세탁실로 들어가 손으로 뻗을 수 없는 세탁기 뒤나 아래로 숨어버렸다.
밤마다 ‘귀뚤귀뚤 귀뚜르르’
배가 고파서 우는지, 짝을 찾아 우는지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다. 첫째 날 밤, 귀뚜라미 소리가 크게 들려서 밖에 귀뚜라미가 많은가 싶었는데, 소리를 따라가니 세탁실에서 크게 들렸다.
‘고층에 사는데 이렇게 소리가 크게 들릴 일이 없지!’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귀뚜라미가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거다.
둘째 날에 큰딸도 귀뚜라미 소리에 놀랐는지 어디 있냐고 해서 말해주니까 무서워했다. 세탁실에는 절대 안 간다고 했다.
손에 물 묻지 않게 키운 딸이라 대학생이 되어서 속옷이나 손빨래하는 옷, 신발정도는 스스로 빨게 하려고 했는데 도루묵이 됐다. 당분간은 귀뚜라미 때문에 딸은 세탁실에 갈 일이 없게 됐다.
언니의 무서움을 해결해주고 싶은지 막내가 나섰다.
“언니, 무서워? 내가 잡아줄까?”
“어떡해 잡아?”
“그냥 잡으면 되지, 잡아서 죽여줄게!”
막내는 바퀴벌레처럼 귀뚜라미를 생각했다.
“너, 귀뚜라미 소리는 좋다며?”
나는 귀뚜라미를 없애고 싶진 않았다.
“응, 그래도 언니가 무섭다잖아!”
“그냥 놔두자, 며칠 있다가 가겠지. 귀뚜라미 소리 좋잖아!”
“그건 그래, 엄마.”
이렇게 해서 귀뚜라미는 우리 집 반려 곤충이 됐다. 특별히 도와주는 건 없다. 베란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가 보다.
삼일째부터는 귀뚜라미 소리에 예민해졌다. 혹시 굶어 죽지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오판이었다. 늦은 저녁부터 아침 10시까지 울던 귀뚜라미가 오일째 되는 오늘은 점심에도 울었다. 우리 집이 살만한가 보다. 귀뚜라미가 두 달 정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귀뚜라미가 여기서 살던 다른 곳으로 가던 행복한 마음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