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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Sep 02. 2024

귀뚤이 동산

오늘부터 아이들 모두가 개학이라 긴장한 탓에 평소보다 일찍 깼다. 왠지 모를 우울한 감정이 들었지만, 원인을 애써 찾지 않았다. ‘탁’하고 바로 머리나 마음속에 상이 잡혀야, ‘그렇구나, 그것 때문이라고 할 텐데.’ 나는 물어보듯 속마음에 얘기해 본다.

‘이 우울감을 어떻게 버리지?’

특별한 원인이 없어선지 해결은 빨랐다. 내가 기뻐지려고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것. 누가 나처럼 내 마음을 알고 위로해 주고 우울한 마음을 해결해 주겠니? 이런 마음이 드니까, 순간의 우울감이 사라지고 기쁨이 번지기 시작했다. 감사함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

‘이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유지해 보는 거야!’

기쁨과 함께….     


새벽 5시 40분쯤 깨서 베란다를 보았다. 귀뚤이가 눈을 반짝이며 맞아주었다. 세탁기 주변에 꼭꼭 숨어 있던 귀뚤이가 날 보러 나와준 것 같았다. 마음을 돌리기 잘했어!

나는 귀뚤이와 계속 살아볼지, 풀숲에 놓아줄지 고민하다가 신발장 안에 있는 잠자리채를 꺼내왔다. 귀뚤이 근처로 가져가니 똑똑한 귀뚤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내려는 나와 더 살아보려는 귀뚤이와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나는 잠자리채를 바닥에 세 번 내리친 끝에 귀뚤이를 잡았다. 곤충 채집통를 가져와서 귀뚤이를 넣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들 밥 차려주는 것도 급했지만 귀뚤이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동 현관문이 열리고 나는 귀뚤이를 화단 근처에 놓았다. 귀뚤이가 인사하고 싶은지 움직이지 않았다.

“귀뚤아, 잘 가! 친구도 많이 사귀고 행복하고!”

인사를 해도 귀뚤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귀뚤이 옆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귀뚤이를 살짝 밀었다. 귀뚤이가 이제는 가야 하는 걸 아는지 팔짝팔짝 뛰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귀뚤이 생각이 났다. 집에 있는 것보다 밖의 넓은 세상으로 보냈다는 안도감, 귀뚤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은 가득 찼다. 기쁜 마음이 계속 나를 지켜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쁜 마음은, 위하는 마음이 더해지면 더 기뻐지는 것 같다.


창밖에 귀뚜라미 소리인지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귀뚤이와 귀뚤이 친구가 함께 부르는 소리일 거야!'

 동화 한 편 쓰고 싶은데! 음... “귀뚤이 동산”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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