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동아리에서 패러디 동화를 쓰자고 했다. 명절이 끝난 다음 주에 합평을 하는데, 지금부터 글 쓰는데 신경을 못 쓸 것 같아 수정을 못하고 오늘 동아리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패러디한 것인데, 오늘 당일치기로 쓰게 됐다.
제목은,
<호랑이가 된 오누이>
박 대감 댁 잔칫날이라 품을 팔고 떡과 고기를 받은 김 첨지는 다섯 고개의 산을 넘어야 집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김 첨지는 지게에 품삯으로 받은 음식을 얹고 어머니와 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집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산을 한 고개 넘으려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김 첨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호랑이가 아내를 잡아먹었듯 자신도 당할 게 뻔하다는 생각에 잔뜩 겁이 났습니다. 김 첨지는 기회를 노려서 지게 작대기로 내리칠 계획이었습니다. 김 첨지는 하나 주면 되는 떡을 세 개씩이나 주며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옳지, 이때다!”
김 첨지는 작대기로 떡을 먹고 있는 호랑이를 내리쳤습니다.
호랑이는 등을 맞고 잠깐 정신이 혼미했으나 더 맞기 전에 몸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어흥! 하마터면 죽을 뻔했구나!”
호랑이는 풀숲에서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일으켜 김 첨지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김 첨지는 호랑이가 따라올까 봐 냄새나는 고기는 버리고 남은 떡은 옷 속에 숨겨 최대한 모습이 보이지 않게 조심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두 고개를 넘고 마지막 고개를 넘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여인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첨지는 무시하고 가려고 했으나 그 소리가 너무 슬퍼서 다가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슬피 우십니까?"
김 첨지는 경계를 풀고 다가가 여인을 보았습니다. 아름답고 가냘픈 몸에 온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여인은 얼굴을 들어 김 첨지에게 말했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나 제 품삯으로 받은 음식을 모조리 가져갔습니다. 저는 집에 가려면 세 고개의 산을 더 넘어야 하는데 호랑이를 만나면 줄 것이 없어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김 첨지는 너무 딱해 보여서 말했습니다.
"한 고개만 넘으면 우리 집이니 같이 가서 하룻밤 묵고, 날이 밝으면 댁으로 가시는 건 어떨지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여인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김 첨지는 여인의 봇짐도 지게에 얹고 같이 산을 넘어 집 마당에 도착했습니다. 여인의 치마 밑으로는 호랑이 꼬리가 살짝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데도 김 첨지는 몰랐습니다. 깜깜한 밤이라 김 첨지는 달빛에 비친 여인의 모습을 보고 홀렸는지, 치마 속으로 숨긴 호랑이 꼬리를 보지 못했습니다.
김 첨지가 마당에서 집으로 몇 발짝 걸어갈 때 뒤에 서 있던 여인이 호랑이로 변하더니 치마로 김 첨지를 덮은 후 잡아먹었습니다. 오누이의 아버지라는 걸 안 호랑이는 김 첨지를 따라가 복수를 하려고 김 첨지를 바로 잡아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호랑이는 여자의 저고리를 벗어버리고 김 첨지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썩은 동아줄을 허리에 묶었습니다. 호랑이가 김 첨지와 똑같은 모습이 됐습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얘들아, 아버지 왔다!"
오누이는 아버지 소리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늦게 온 아버지가 의심스러워 문을 바로 열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어머니를 잃었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집으로 와서 자기들까지 잡아먹으려고 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가까스로 피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하느님께 소원을 빌었는데 동아줄이 내려와 하늘로 올라갔던 일, 그곳에서 해와 달이 될 뻔했지만, 할머니, 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어 하느님께 부탁해서 땅으로 내려온 일이 오누이 덕칠이와 순덕이는 생각났습니다.
"오빠, 호랑이는 죽었을 거야. 어서 문 열어드려!"
"그래도 아버지가 이렇게 늦게 오실 리 없어! 목소리만 아버지일지 몰라. 산에서 내려온 도적이면 어떡해!"
덕칠이는 의심이 되었습니다.
"오빠, 그러면 창호지에 구멍을 내서 우리가 살펴보면 되잖아!"
순덕이는 오빠를 안심시키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겠다!"
동생의 말을 듣고 덕칠이는 창호지에 구멍을 냈습니다.
"어서 문 열어! 너희들 아버지가 왔는데도 문 안 열고 뭐 해!"
호랑이는 화가 난 듯 재촉하며 말했습니다.
"3척 뒤로 물러나 보세요. 우리 아버지가 맞는지 보게요!"
순덕이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 첨지로 둔갑한 호랑이는 3척 뒤로 물러났고, 할머니는 오누이를 밀어 제치며 먼저 구멍 속으로 눈을 갖다 댔습니다.
"아비 맞아! 아비를 몰라보고, 너희는 문전박대야!"
할머니는 아들인 줄 알고 문을 열어 호랑이에게 달려 가 안으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풀어 호랑이로 돌아와 할머니를 잡아먹었습니다.
놀란 오누이는 방을 나와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할머니를 잡아먹고 오누이도 잡아먹으려고 방으로 들어온 호랑이는 집안 곳곳을 살폈습니다.
"얘들이 어디로 갔지?"
호랑이는 밖으로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어흥, 너희들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마!"
호랑이는 밤새 집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습니다.
삼일이 지난 아침이었습니다. 지붕에서 견딘 오누이는 목도 마르고 배가 고팠습니다.
"오빠, 나 못 견디겠어. 너무 목마르고 배고파!"
"조금만 더 버텨보자!"
덕칠이는 내려가면 호랑이가 있어서 죽겠고, 지붕에 있자니 춥고 배고파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순덕아, 우리 하늘에서 내려올 때도 동아줄로 내려왔잖아!"
"응."
"그때, 내가 동아줄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잡고 헛간으로 가져가 벽에 걸려 있는 가위로 재빨리 끊어서 주머니에 넣었어. 지금 내 바지 주머니에 1장의 동아줄이 있지."
"그래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
"호랑이가 사람으로 둔갑할 때 썩은 동아줄로 변했단 말이지."
"그럼 이 동아줄로 우리도 둔갑할 수 있겠네!"
"맞아, 우리도 둔갑해 보자!"
덕칠이는 주머니에서 동아줄을 꺼내서 순덕이 팔목에 묵고 자기 팔목에도 묵은채 소원을 빌었습니다.
"하느님, 저희를 살려주시려거든 저희를 호랑이로 만들어주세요!"
신기하게도 오누이는 모두 호랑이로 변했어요. 호랑이로 변한 오누이는 지붕으로 뛰어 내려와 집안에서 어슬렁거리며 오누이를 찾고 있던 호랑이에게 다가갔어요.
"너희들 누구야? 같은 호랑이끼리 왜 죽이려 들어!"
"네가 우리 부모님을 죽이고 할머니를 죽였지! 나는 호랑이로 변한 덕칠이다!"
"나는 호랑이로 변한 순덕이고!"
"뭐, 너희가 오누이라고!"
호랑이 주위를 돌던 덕칠이는 달려들어 호랑이의 목을 물었습니다. 몸을 흔들며 호랑이가 뿌리쳤습니다. 순덕이는 등을 물었습니다. 나가떨어진 덕칠이는 호랑이의 목을 다시 물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호랑이가 쓰러져 죽었습니다.
오누이는 호랑이를 물어 관가에 놓아두고 산속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곤 오누이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누이는 산속에서 살면서 사람을 헤치거나 잡아먹는 호랑이를 쫓아내며 마을을 지키며 살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