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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Sep 20. 2024

팬티, 네 용돈으로 사!

엄마와 아들의 씀씀이 차이

아들이 팬티가 낡았다고 새로 사달라고 했다. 최근에 사준 '제임스*'는 만칠천 원에 사줬는데, 그건 잘 입고 다녔다. 그전에 사줘서 입고 다녔던 낡은 팬티와 남편이 작아서 주었던 새 팬티는 몇 번 입더니 내놓았다. 낡은 건 버리더라도 몇 번 안 입은 것은 버리기 아까웠다. 그래도 아들이 원하니까 종량제봉투에 미련 없이 버렸다.

아들이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살펴보더니 마음에 든 것을 찾았나 보다.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엄마, 이것으로 사주세요!"

"제임스* 싫어요!"

"플레이** 사주세요."

나는 아들에게 2만 원 안쪽으로 고르라고 했는데, '플레이**'는 삼만 원이다! 

아들은 항상 내가 고르는 것보다 가격이 비싼 걸 고른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그 이상일 때가 더 많다. 

'그렇구나, 아들이 바라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의 최소 두 배이상!'


아들은 딸에 비해 늘 스케일이 커서 감당하기가 힘들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적정선은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아들과의 씀씀이 차이도 이해됐다. 연기 학원을 다니며 용돈도 올려주고, 밥값도 올려주었는데 한 달 지출을 생각해 보니 예상한 것보다 두 배는 나가는 것 같다. 아들은 받은 용돈과 밥값을 아껴서 옷도 사고, 필요한 소소한 물건을 샀다. 부족하다, 더 달라는 말을 안 하니 용돈을 올려준 건 잘한 것 같다.   

늘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아들이 사달라는 것에 무리하게 맞춰줄 수는 없다. 나는 아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비싸다."

"플레이**, 네 용돈으로 사!"


한 시간 뒤에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것 사 주세요!"
아들은 카톡 문자로 같은 걸 보냈다.
"같은 플레이**인데?"
"만칠천 원 하는 거라고요!"

나는 클릭해서 무신* 쇼핑몰로 들어갔다. 진짜 만칠천 원 하는 팬티였다. 
"아까 보낸 거랑 같은데 가격이 왜 달라?"

"자세히 보세요. 디자인이 다르잖아요! 아까게 더 예뻐요."

팬티의 밴드 디자인이 달랐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들 눈에는 띄었나 보다. 

"알았어, 두 번째 것으로 사줄게!"


아들은 1순위를 보내고, 2순위도 생각한 것 같다. 아들과 내가 서로 맞추는 선이 오늘도 통했다.

나는 플레이**을 즉시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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