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여섯 번째 수시 실기를 보러 간 날이다. 속이 타지만, 아들이 더 탈 거로 생각한다. 작년에 딸 시험 칠 때, 이미 다 타서 더 탈 게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다시 그 상황으로 들어가는 마음을 긍정이란 울타리에 붙들어 맸다. 버거운 마음속에 있으면 무엇하랴! 아들이 떨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오기만을 기도한다.
엄마가 긴장하고 걱정한들 아들이나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될 거로 생각한다. 그동안 땀 흘리며 준비했던 과정이 대학이란 열매로 맺히기를 기도하는 마음뿐이다. 욕심도 내려놨다. 어느 대학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큰딸의 입시를 겪고 나서 아들의 입시를 바라보는 나는 한 곳이라고 붙길 기도하는 마음밖엔 없다. 추가 합격을 기다리며 대기 번호의 숫자를 보면서 피가 마르는 기분도 느껴봤다. 안타깝게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같은 시간을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바라본 적도 있다. 극적으로 합격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왜 내 자식에겐 그런 기회가 없을까 아쉬워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겪고 나니, 나와 같은 입장의 부모 마음을 알게 되고, 내가 잘 몰랐던 껍데기 같은 기대를 알게 되고, 현실을 더 마주하게 되었다. 공부해서 대학 가는 학생들도 힘들지만, 미대와 연기, 뮤지컬 등 예술 분야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경쟁률도 높아 힘들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힘들게 준비하는지도…. 아이들의 마음을 더 알아주라고 이런 힘든 과정을 부모인 나도 겪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들이 좋아서 선택한 길이니까 응원하는 마음뿐이다.
아들이 어떤 날은 실기가 끝나고 면접을 볼 때 여러 가지 질문을 해서 좋았다고 하고, 어떤 날은 연기 실기를 하는데 대사 실수를 했다고 ‘망했다!’라고 했다. 실수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됐다고 했다. 아들이 망했다고 하는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 실기 시험에 지장이 되면 어쩌나 하고 나는 걱정이 많이 됐는데, 아들은 언제 마음을 털고 왔는지,
“다음 실기를 잘 치라고 전에 시험을 못 친 건 가봐, 밑밥을 잘 깔아준 거지 뭐!”
하며 나보다 더 쿨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아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면서, 아들과 내 마음에 차이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너무 걱정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들이 힘든 마음을 극복하는 힘이 강하니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들아,
걱정 말고 네 끼를 시험장에서 마음껏 펼쳐 봐, 후회 없이!
운이라는 별들은 모두 잡아서, 내 별까지 잡아서 아들 가슴에 달아 주고 싶다.
아들아,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