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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Oct 16. 2024

오천 원에 건진 마라탕 사건

“엄마, 마라탕에 약 넣은 건 아니겠지?”

“뭐? 약?”

“안 먹고 싶다가도, 냄새 맡으면 먹고 싶잖아! 그러니까 약 넣은 거 같지.”

“뭔 소리야? 여태까지 사달라고 졸랐으면서.”

“아냐, 점심때 보쌈 먹고 그렇게 땅기진 않았다고!”

막내는 시켜달라고 조를 땐 언제고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단다. ‘먹을 거면서.’ 막내는 뒷북을 좀 치는 편이다.

점심으로 마라탕 먹고 싶다고 졸랐는데, 내가 보쌈했다고 하니까 막내가 저녁으로 먹겠다며 기다렸었다. 막내는 주문한 마라탕이 와도 낮에 보챌 때보다 먹고 싶지 않았는데, 냄새를 맡아서 다시 입맛이 확 돈다고.


“음~~ 땅콩 맛나, 구수― 하다! 1단계 먹길 잘했어.”

딸은 연신 맛있다고 외쳤다.     

“너, 2단계 먹었을 때, 맛이 어땠다고 했지?”

“말 안 해줘. 엄마! 또 내 얘기 쓰려고 하지?”

딸이 귀신같이 또 알아챘다.

“좀 쓰면 어때!”

막내가 또 태클을 건다. 이번에는 딸과 담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돼, 쓰지 말라고 했잖아!”

“쓰는 조건으로 매달 천 원 줄게?”

“싫어!”

“음.. 그러면 오천 원!”

딸이 잠깐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

“매달 오천 원이지?”

“그래.”

“알았어, 내 에피소드 써! 하지만 절대 안 되는 건 쓰지 마.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얘기 등등”

“당연하지!”


이렇게 해서 오천 원에 딸이 쿨하게 자기 얘기를 팔아버렸다. 만 원 하려다 오천 원 했는데, 내 선택이 탁월했다.

“2단계 맛이 어땠는데?”

“저번에 2단계 먹을 땐 혀가 대인 것 같아 맛이 안 났는데, 1단계 먹으니까 정말 맛나. 구수하다니까. "

"그렇게 매운데도 다 먹었잖아!"

"우유랑 먹어서 괜찮았어!"

"괜찮긴 멀."      


딸은 5일 전에 2단계를 먹고 큰일 날 뻔했었다. 다음날 학교 조회가 끝나고 죽을 뻔했다고 학교 다녀와서 야단도 아니었다. 한증막에서 갓 나온 애처럼 얼굴에 땀범벅이었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았어?"

"스활명수가 살렸지."

"엥?"

속은 허한데, 몸이 으슬으슬 추워서 점퍼를 입었어. 그런데도 추운 거야. 반에 스물네 명이 있는데도. 친구한테 말하니까 보건실에 다녀오래. 그래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선생님이 까스활명수를 주시더라. 와, 그것 먹고 싹― 나았어! 엄마, 어제저녁에 남은 마라탕 있지?”

“학교에서 죽을 것 같았다면서 또 먹어!”

“괜찮아, 까스활명수 먹으면 되지!”     


딸은 방패막이 생겼다. 마라탕 먹다가 탈이 나면 못 먹게 하려고 했는데, 까스활명수를 알아버린 거다! 막내의 마라탕 사랑은 당분간 계속되고, 막내의 에피소드도 쭉 이어질 것이다.



딸, 이번달 계좌이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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