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에 막내가 중간고사 기간이라고 통보했다.
“엄마, 나 2학기 중간고사부터 생기부에 남아. 나, 온종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 3시간씩 공부하고 오는데 너무 억울해! 게임할 시간도 없고!”
“너 주말에 하루 종일 게임하더니만. 그리고 매일 한두 시간씩은 하잖아!”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들은 게임하고도 했다고 안 드는 착각이 있긴 하다.
뭔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 떼먹고 감질나서 안 먹은 기분 드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막내의 주요 멘트인 학교 가기 싫다는 것처럼 공부하기 싫다는 말도 돌림노래인데, 이번에는 제법 마찰이 셀 거라고 예상했다.
“맞아! 게임을 충분하게 못 하고 있다는 거지. 엄마, 그래서 말인데.”
‘막내가 또 무슨 꿍꿍이속이 있지?’ 나는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응, 뭔데?”
“나, 공부 많이 하니까 보상을 받아야겠어?”
“무슨 공부하는데 보상을 받아?”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야지 돼!”
‘어떡하지, 뭘 바라는 거지?’
가슴이 좀 철렁했다.
“그럼, 하지 마! 그냥 쉬어!”
“어떻게 쉬어, 다른 애들은 하는데!”
나는 속으로 ‘어쩌라고?’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참았다.
“뭘 받고 싶은데?”
“점수에 따라 돈을 줘!”
“돈?”
“70점부터 5점씩 만원.”
“너무 금액이 세! 그렇게 줄 수 없어. 80점부터. 그리고 오천 원!”
“중학교 올라와서 70점 받기가 얼마나 힘든데!”
“무슨 소리, 언니·오빠도 중학교 때 점수 잘 받았어.”
“학원에서 선생님이 중학교 때 열심히 해야 고등학교 때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했어. 난 열심히 할 거라고. 그래서 말인데, 엄마가 힘들다고 하니까 그럼, 75점부터 5점씩 오천 원 하자!”
막내 위로 언니·오빠는 용돈을 올려 준다고 해도 공부를 더 하겠다고 안 했는데, 막내는 스스로 하겠다고 하면서 용돈을 올려달라고 했다. 특별한 경우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용돈을 더 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아서 허락했다.
막내 시험이 일주일 남은 날이었다. 막내는 내가 제안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공부를 덜 한 것 같다며 일주일 동안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하면 나에게 우동을 사주겠다고 했다. 양심에 찔렸다고….
딸은 작심삼일이라고 3일을 못 버티고 친구와 게임하는 걸 들키고 말았다. 내가 막내 방에 들어가려는데 못 오게 하는 거였다.
“엄마, 나 친구랑 게임해야 돼서 안 돼! 들어오지 마!”
“너, 게임했어!”
아, 알았어, 우동 사줄게!
아쉽게도 나는 딸에게 우동 먹는 권리를 갖게 됐다.
드디어 중간고사를 치고 점수가 나왔다. 수학 ** + 영어 ** + 과학 ** = 3만 원
나는 딸에게 3만 원을 줬고 아직 딸에게 우동을 얻어먹을 권리가 남아 있다. 막내는 3만 원 받고 좋아서 학용품을 살까? 화장품을 살까? 옷을 살까? 기쁜 상상에 젖어있다. 나는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기특한 마음을 봤고, 시험점수로 받는 용돈이 동기부여가 조금이나마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딸이 용돈 받고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공부하는 것보다 더 기쁜 엄마가 돼서 나도 지금의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