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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손금나비
Jan 04. 2025
별똥별을 찾아서
막내의 별똥별 계획
"나 별똥별 보러 12시 21분에 나갈 거야!"
밤 11시가 넘었는데 막내가 뜬금없이 별똥별 타령이다.
"그 시간엔 자야지, 무슨 별똥별 타령이야!
늦어서 안 돼! 너, “언더테일” 게임하려고 그러는 거지? 안 나가는 대신 게임하겠다고 하는 거 아냐? 그리고 위험해서도 안 돼!"
"아니,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보겠다는데…."
막내는 계속 불평불만을 줄줄 쏟아냈고, 나는 막내의 사연은 들어보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막내 못지않게 입에서 안 되는 이유를 쏟아냈다. 나는 다 뱉어낸 뒤에 스스로 놀라서 막내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럼, 엄마랑 같이 가면 되잖아!"
막내의 제안이었다.
"알았어, 별똥별 보러 12시 반에 가는 거다!"
이렇게 막내랑 별똥별을 찾으러 떠날 계획이었다.
“좀 조용히 해, 잠을 잘 수 없잖아!”
아들 방에서 화가 튀어나왔고, 우리의 마음은 별똥별 생각에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어느 쪽에서 뜬데?”
나는 호기심에 막내에게 말했다.
“나 안 가!”
순간 김이 팍 샜다.
“엄마, 별똥별 보고 와서 브런치에 또 글 쓰려고 그러잖아. 얼마나 이런저런 얘기하겠어!”
“뭐야, 네가 먼저 보러 가자고 했잖아?”
“사실 귀찮아서 안 갈 거야.”
곧 12시 반인데 막내의 별똥별 계획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그래―. 그럼, 자! 너, 바로 자야 해?”
“알겠어, 엄마!”
아침에 눈을 떠서 핸드폰을 보니, 큰딸의 카톡 메시지가 떠 있다.
“어머니, 저는 막내의 추억과 낭만을 위해 기꺼이 방패가 되겠습니다. 별만 보러 갈게요. 내일 주말이니까... ㅎㅎ
21살 언니가 따라가니까 넘 걱정 마세요.ㅎㅎ 집 앞 놀이터에 다녀올게요!”
큰딸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
새벽에
막내랑 별똥별을 보고 왔다고! 나만 쏙 빼고!’
귀찮다고 안 가겠다던 막내가 날 속이고
새벽에
언니와 별똥별을 보고 온 건가?
아침 10시가 됐는데도 집안이 조용했다. 혹시 얘들이 집에 안 들어온 건 아니겠지?
나는 방마다 아이들을 살폈다. 큰딸, 막내, 아들. 모두 이불을 폭 덮고 자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피곤해서 못 일어나나 보네.’
아들이 제일 먼저 깼다. 아침을 차려주고
새벽에
누나와 동생과 같이 별똥별 보러 갔는지 물었다. 아들은 나와 같이 푹 잤다고 했다. 막내와 큰딸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막내는 토요일인 오늘도 학원에 가야 해서 11시에 깨웠다. 12시 반에는 출발을 해야 해서다. 아침 겸 점심을 먹여서 보내려고 깨운 것이었다.
“
새벽에
별똥별 봤어?”
“안 봤어.”
“언니가 같이 보러 갔다고 하던데?”
“아니야. 안 봤대도, 언니가 그래?”
“응. 문자 보냈어.”
“어디 봐봐!”
나는 아침에 본 큰딸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새벽 2시 반에 보낸 메시지였다.
“언니는 안 가고 너 혼자 간 거지?”
“언니가 그래?”
“밤에 춥다고 나가는 거 싫어하는 언니가 갔겠어?”
“그럴 리 없는데, 언니가 배신했네. 엄마한테 안 혼나려고.”
서로 나한테 얘기 안 하기로 했었나 보다.
“그게 혼날 일이야?”
“암튼 언니랑 같이 갔어.”
나는 의심이 돼서 큰딸이 일어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땠어?”
“평소에 안 보이던 별자리가 뜨고, 사방에서 별이 쏟아졌어!”
막내는 새벽 별똥별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사진 보자! 진짜 봤는지?”
막내는 사진을 보여줬다.
“봐 별똥별 꼬리 보이지?”
“소원은 빌었어?”
“응.”
“뭐라고?”
“말하면 소원이 안 이뤄진대.”
“그럼, 몇 가지 빌었어?”
“3가지!”
“오빠 대학 합격하는 소원도 빌었어?”
“그건 오빠가 빌어야지!”
“왜 3가지야?”
“별똥별 한 개에 하나의 소원!”
어제와 오늘밤 11시부터 4시까지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고
. 막내도 어제 채팅하면서 강** 친구한테 소식을 듣고 당장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단다. 혹시 몰라서 제주도 친구한테도 물어봤는데, 자기는 벌써 봤다고 하며 새벽 4시에 가장 많이 쏟아진다고
했단
다.
“언제 나가서 본 거야?”
“새벽 2시 반에 나가서 한 시간 보고 왔어.”
“오래 있진 않았네. 도시에서, 그것도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그렇지, 엄마도 오늘
밤에
소원 빌어봐?”
기사를 봤는데,
오늘밤엔
더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한다. 무슨 소원을 빌까?
큰딸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봤는데, 얘기를 해버렸다.
“얘기하면 소원이 안 이뤄진대. 오늘은 엄마랑 같이 별똥별 보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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