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다고 정신이 나간 상태이다. 8과목을 3개월 안에 소화해야 한다. o/x퀴즈, 시험, 과제, 강의.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바빴다.
나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자치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우리 동은 5개 추진단이 있는데 그중 "재활용으로 자원을 순환하는 사람들"이란 추진단은 재활용품으로 화분을 만들고, 커피찌꺼기를 이용해서 비누도 만들고, 티코스터 등 다양한 것을 만들어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교육한다. 나는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사업비는 구 참여예산을 받아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추진단 첫 교육은 6월 5일에 있었고, 나는 5월 31 ~ 6월 1일까지 시험기간으로 온통 집중하고 있었다. 집안일에 주민자치회 일, 그리고 자격증 공부까지, 나는 몸마음으로 과부하였다. 우리 집이 아닌 주민센터로 식품이 로켓배송이 되는 줄도 모르고...
나는 5월 29일에 유산슬 밀키트와 우유가 들어있는 식품을 주문했다. 5월 31일 새벽에 도착 문자가 떴다. 나는 문밖을 나가 확인을 했는데, 식품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곧 오겠지!'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6월 1일, 전날 또 주문한 식품이 오지 않았다. 나는 어제에 이어 열심히 온라인으로 한 과목당 60분 하는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나는 주말에 아이들에게 밀키트로 상을 차려주려고 했는데, 유산슬 밀키트도 안 오고 큰딸이 시리얼 사달라고 해서 주문한 것도 안 와서, 있는 반찬으로 대충 상을 차려주고 하루 종일 시험 치르느라 바빴는데... 아뿔싸!
나는 핸드폰으로 배송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물건이 줄줄이 주민센터 문 앞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주민센터로 물품을 퀵 배송한 사람은 나 밖에 없겠지?"
시험 중에 전화가 계속 울려서 잠시 켰다.
"저 지금 급해요, 전화받을 수 없어요, 사회복지사 시험을 치고 있어요!"
'뚝'
혹시 몰라서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주무관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전화가 온 것이었다.
"주말엔 받을 사람이 없는데, 어째 그곳에 놓고 갔데요?"
나는 시험을 마치고 여러 통의 문자를 봤다. 주무관이 보낸 메시지였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니 저녁 8시가 넘어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근무지인 주민센터로 카트기를 끌고 부리나케 갔다. 주민센터로 들어가는 문을 두 군데 보았는데,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식품과 물품이 사라져 있었다. 아침 7시쯤 배송되었을 텐데, 어제 도착한 것도 있을 테고, 저녁 8시가 넘어서 갔으니 누가 가져간 게 아닌가 의심도 했지만,
'누가 주민센터 앞에 있는 물건을 가져가겠는가?'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카트기 안의 빈 공기처럼 힘은 쭉 빠져있었다.
'내 잘못이지....'
추진단 물품(마사토, 화초...)을 법인카드로 구입하면서 배송지가 바뀌어있었던 것도 모르고 이틀 동안 개인적인 식품과 물품을 주문했던 거였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가 가져가든, 고양이가, 개가, 까치가 물고 가든 내 잘못이니까 잊기로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배송업체의 잘못도 있어 보였다. 주말이라 주민센터에는 사람이 없는데, 주무관 말처럼 왜 그곳으로 물건을 보내고 확인을 안 했을까? 난 주민자치회 사무실 문 앞(주민센터 내 *층에 사무실이 있다.)에 놔달라고 했는데, 나도 잘못했지만 그곳에선 주민센터 앞에 배송하고 신경을 안 쓴 거였다. 내 전화번호로 전화했어야지? 나나 배송업체나 아무 의심을 못했던 거다!
나는 수거요청을 했다. 배송업체에서는 4시간 안에 수거가 안 된다며 환불을 해줬다. 물건이 공중으로 날아갔으니....
6월 2일 아침에 출근을 했다. 주민센터 문 앞이 아니라 문 뒤에 식품과 물건이 놓여있었다. 나는 배송업체에 문의를 했다. 환불이 됐으니 폐기하라고 했다. 나는 상한 식품은 폐기처리하고 나머지 물품은 사용하게 됐다.
나는 좀 의아해했지만, 그곳의 방침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주문할 땐 꼭 주소지를 확인해서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없는 개인 물품이 배송되지 않도록 말이다.
내가 주민자치회 간사 일을 하니까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