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모래성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건

네게 모래 여인이 되는 것

기다림이 아니라

누가 건드리면 허물어질 시간을

버텨보는 것이다


기다릴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감정을 거두어

속으로 말라가는 날 붙잡고

그를 기다린다


얼마나 고된 너였는가

네 살에 박힌 못이

빠지면 너도 스르르 모래로 흘러

바람에 날아갔으리

하지만 너와 나의 만남은 찰나

죽음보다 가벼운 깃의 떨림은

너를 위해 이 모래로 흐를 내 생을

붙잡고 있다


선하여 뜬 네 마음을

내 안에 담아

촉촉한 모래로 가득한 성


기다림이 아니라

누가 건드려도 무너지지 않게

시간을 단단히 버텨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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