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금나비 Jul 03. 2024

착각의 늪

착각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다. 수영장엘 다녀왔는데 몸만 오고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다. 나는 수영 가방을 열어서 안을 보며 말했다.

"수영복 어디 있어?"

"가져왔는데, 잘 찾아봐!"

"없어! 수영장에서 안 가져왔어!"

"무슨 소리야, 가져왔다고! 분명 가방 안에 있어!"


나는 가방 안을 보여주며 말했다.

"안 가져온 거야!"

"아니야, 분명 가져왔다고!"

"안 되겠다! 싸움만 나니까. 같이 수영장에 다녀오자."

"알았어, 가!"




아들과 나는 수영장에 가서 안내데스크에 있는 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분실물 보관소에서 수영복을 찾았다.  그곳에 수영복이 확실히 있었다.

"자, 봐! 네 수영복이지?"

"난 분명 가져왔는데. 가져왔다고!"

"그럼 수영복이 여기 왜 있어? 누가 마술을 부렸니!"

"난 가져왔어! 수영복이 여기 왜 있지?"


나는 수영복 사건으로 아들의 착각이 스스로에게는 믿음이고 실제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아들과 같이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착각을 하다가도 증거가 있으면 시인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착각을 현실로 느끼는 사람! 아들의 수영복 사건을 접하지 않았다면 나는 착각을 현실로 믿는 사람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일로 복장이 터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비단 수영복 사건뿐 아니라, 아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맹신하는 걸 자주 본다. 나도 그런 점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보는 건 내가 아니라 상대인 것 같다! 몰라서든, 착각을 믿고 싶은 것이든, 착각이 증거물 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오든. 그걸 구분하는 건 나보다는 상대의 눈이 더 정확하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