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호등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목구멍이 칼칼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할뿐더러 혀가 얼얼하다.
부엌으로 나와 물 한잔을 들이켠 후 거울로 입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구머니나!
혓바닥 한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분명 악몽에 시달리다 혀를 깨문 것이다.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은 50대 들어서야 인식하게 되었다.
치과 정기 검진 시 유독 어금니 상피 에나멜층이 많이 닳아있다고 해서 양쪽 턱에 보톡스를 두어 번 맞기도 하고, 수면 시 장착하는 보호틀을 맞추어 착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 때마다 보조 틀을 착용하기가 은근히 귀찮아서 근래 들어서는 통 끼지 않았었다.
이제 좀 나아졌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나의 무의식의 세계에 공포가 자리하고 있는 게 틀림없나 보다.
사실 최근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요즘 찬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가 시큰시큰거리고, 피곤한 날이면 입안 전체가 욱신욱신 댔다.
그 신호를 방관하고 조치하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뒤늦게 한탄한다.
한동안 음식 섭취 시 불편함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덕분에 다이어트가 되려나...
문득 '노란 불 - 경고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본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서 스스로의 본능을 알아차릴 수 있고, 직관적으로 느끼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음악, 미술, 춤, 글 등을 통해 그 애매모호하면서도 분명한 느낌을 사유하고 풀어내 표현한다.
나만 간직하지 않고 그렇게 드러내는 행위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매개 수단이 된다.
안에 노란 불이 켜진 것을 드러내야 주변인과 더불어 감지하고 함께 멈춰 설 수 있다.
빨간 불이 켜지고 나서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생겼던 사고들! 그것들을 수습하기 위해 절절맸던 크고 작은 경험들도 드러내 나누다 보면 스스로는 치유가 되고 함께는 위로가 된다.
거침없이 행보하는 '파란 불 이야기'는 그 파란 불을 놓친 많은 이들에게 자칫 열등감과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란 등과 빨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파란 등에 대한 것보다 더욱 가슴을 흔들고 울리는 이유이다.
설날 첫 잠자리에서 생긴 생채기가 내게 유익한 '노란 불'이기 바란다.
멈추어 서야 비로소 보이는 소소한 것들!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한껏 이야기하며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