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짝사랑이어도 괜찮아요

by 아이얼

괜찮아요!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 시 작성한 브런치 북 기획안의 제목이자 주제였던 듯하다.

이렇게 모호하게 말꼬리를 흐리는 것은... 기억이 확실치 않아서이다.

기록한 것만 간신히 기억하는 최근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내 능력에 좀 무리가 되더라도, 책 완독의 속도가 더디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책 내용들을 애써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근 5달이 되어가고 있다.

애초에 기획한 의도대로의 글 쓰기보다는 이렇게 내가 하고 있는 공부를 정리하는 글에 집중하고 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때론 이런저런 마음 속내를 끌어내 스스로를 도닥여주고 싶어도 쌓여있는 과제 더미(물론 스스로 만든 것들이다) 앞에서 저만치 구석으로 밀려난 상태이다.

대신 다른 이웃들의 글에 댓글의 형태로 간간이 그 못다 한 마음들을 풀어놓고 있다.


브런치 작가 입문 5개월 차에 발행 글 수가 82편이면, 웬만한 이 같으면 구독자 수가 적어도 100명은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난 발행한 글 수보다도 적은 73명이다. 그나마 이런저런 지인들을 빼고 나면 순수한 구독자 수는 60여 명.

물론 숫자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을 써야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는지도 감을 잡을 만큼 브런치 세계에 나름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진한 열등감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시대의 트렌드에 뒤쳐지는 글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또 다른 면으로는 나의 글쓰기 능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하여 7전 8기로 도전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는 데, 난 단번에 통과되지 않았던가! ㅎㅎ 인기 작가가 되면 넘치는 댓글에 답변 달기도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러니 이 정도면 딱! 내 수준에 맞는 글벗 숫자이다.


그렇다면 난 왜 지금 하던 미술사 정리의 글을 멈추고 이런 비루한(?) 글을 쓰고 있을까?

그건... 아주 사소하면서도 유치한 이유 때문이다.


'짝사랑'


혹시 내 나이를 감잡고 있는 사람들은 실소를 금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생기게 마련이다.

브런치 입문 초기에 A를 알게 되었다.

A의 글이 좋아서 단번에 '구독'을 누르고 열심히 찾아가 읽으며 댓글로 나의 호의를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A는 여전히 나의 구독자가 아니다.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A가 나로 인해 알게 된 듯싶은 또 다른 B를 구독할뿐더러 아주 호의적인 댓글로 인정 평가해주고 있음을 우연히 주목하게 된 일이다.

거기까지도 괜찮다. 누구나 '호, 불호'가 있으니 선택은 자유이니까! 잠깐 기분 나쁘다가 그만이다.

이런 묘한 자괴감? 혹은 열등감? 이 밀려드는 치명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나의 구독자가 아닌 A가 얼마 전 내 글을 훑어본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몇 편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어떤 글에는 황공스러운 댓글까지 달아주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절대로 A의 글벗이 될 수 없었던 거다.

A는 아무나 가볍게 구독을 눌러대는 자가 아니니까!

난 그 흔적들로 미루어 A의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음이 명확히 입증되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라는 사실 때문에 이렇게 의기소침해지고 있다니..

얼마나 유치한가!

참... 이런 부끄러운 고백을 늘어놓는 나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괜찮아요!"

이렇게 스스로를 다짐 확인하면서 위로받고 싶은 게 아닐까..


문득 19세기 초 '인상주의' 화가들을 폄하했던 비평가들의 섣부른 시선으로 이웃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난 상대의 글에서 '기술'을 보지 않고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는 편이다.

혹시라도 내 글쓰기 실력이 부쩍 향상되어 남의 글을 평가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더라도...(물론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ㅎㅎ)

'예, 아니오' 식의 2진법으로 구별해대는 세상의 평가를 쫓아가지 않고자 다짐해본다.


그저 사람은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도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러한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고.

그래서 별 거 아닌 83번째 글을 대수롭게 올리고 있다고...




첨언 :

행여나 A가 누구일까 애써 상상하지 마시길~ ㅎㅎ

전 여전히 A의 글을 짝사랑하는 순정 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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