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서양미술사를 마침하는 글을 쓰고 마무리 작업 남겨둔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성경 묵상의 글 쓰고 교회에 다녀와 저녁도 먹고 자리에 앉아서 어제에 이어 마무리 작업하려고 노트북을 열어 브런치 서재를 열었더니...
아뿔싸! 어젯밤 작업했던 내용이 아닌 한 달 전에 메모해두었던 것이 뜬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보았더니...
오늘 아침 노트북을 닫으면서 이전에 열어두었던 창을 어제 작업한 내용이라 착각하고 다시 저장하기를 누른 것이었다..ㅠㅠ
다시 처음부터 새로이 정리해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 오랜만에 노트북을 만지니 이런 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나이 들수록 행동도 굼뜨고 쓸데없이 의심이 많아져서 연거푸 확인 해대다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어젯밤에는 딸과 함께 동네 광교산 자락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낮은 둔덕이 있는 것을 어두워 감지하지 못한 데다 주변 공사로 인하여 바닥에 모래가루가 많았다. 발을 헛디디고 미끄러진 것이다. 무릎이 많이 까져서 더마 밴드를 부착하고 있다. 밴드 안에서 계속 진물이 고이고 있다.
요 몇 달 사이 눈이 부쩍 침침해졌다. 밤에 운전하기가 겁이 날 정도다. 안과에서 백내장 초기라 진단을 받았다. 조만간 인공 다초점렌즈를 끼워 넣는 수술을 하게 될 것이다. 실비보험이 없으니 700만 원 정도 비용 지불을 예상하고 있다.
그제는 어금니 하나가 드디어 깨져 부랴부랴 치과 신경치료를 받았다. 이전부터 금이 가 있었던 이였다. 줄곧 다니던 치과병원은 집에서 거리가 멀기에 어쩔 수 없이 동네 병원을 갔다. 새로 만난 의사 선생님이 좋으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치아관리.. 낯설고 불안하다.
한 달 전에는 친구의 소개로 피부과에 갔다. 탄력을 잃어 늘어진 턱과 목선, 오타반점, 기미 등의 치료와 재생 등을 상담하는데 시술 비용이 어마 무시하다. 상업적인 접근으로 제안되고 열거하는 많은 시술 방법들이 귓전을 어지럽힌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도전하고 개선하기보다는 유지하기로 만족해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부쩍 신체적 방해 요소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서, 문화 예술서 등을 읽고 탐구하며 분석하는 글을 쓰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기껏 써놓은 글들을 날려 보낸 것이다.
그래서 '미술사' 마지막 장 쓰기를 포기하고 후다닥 브런치북을 발간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개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들, 리뷰까지 써야 한다는 강박감..
게다가 역사서 정리 위주로 써왔던 그간의 브런치 글쓰기가 내게 과중한 작업이었던 듯싶다.
지식을 습득하고 논리 정연하게 글을 구성해나가는 일은 기쁨과 보람이 많았지만 더 많은 부담과 한계, 그로 인한 열등감을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전같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이젠 즐기면서 글 쓰고 싶다. 유치하면 어떻고, 비논리적이면 어떠랴...
나를 구속해대는 형식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미 어떻게 써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에 맞추어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체력이 소진되어 나자빠지고야 만다.
이제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한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내 돈 들여 나누어줄 만큼만 찍어내면 된다. 일정 수준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겠다고 기를 쓸 필요 없다.
늦은 밤 써놓은 글을 날려보내고 허망한 마음에 넋두리해댔다.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는듯하다.
이제 편안히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서양미술사 정리하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