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센터가 아닌 언저리를 돌아보는 자

by 아이얼

오랜만에 뭔가를 쓰고 싶어 자리에 앉았다.

요즘은 작정한 글 아니면 쉬이 글을 쓰게 되지 않는다. 신변의 에세이를 쓰다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지기 일쑤라 덜컥 겁이 날 때가 많다.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 특정 인물들을 비난한다거나, 섣불리 제반 상황 등을 평가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

충분히 감격하여 칭찬하면서 누군가를 세워주고자 하는 마음 가득한 글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겠는가? 어떻게?? 왜??


눈치 빠른 사람은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바로 내 칭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느끼는 지극히 당연한 소외의 감정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정 욕구'에 휘둘리며 산다. 끊임없는 '비교'의 연속이다. 몸무게와 키를 재고, 성장에 따른 행동발달을 체크하고, 단계별 인지능력을 시험한다.

태어나 백일 지나자마자 싱가포르로 건너가 살고 있는 나의 15개월 난 첫 손주는 벌써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몸짓을 스스로 터득하여 실행 중이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면 움찟움찟 어깨춤을 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관중들을 향해 까르르 환한 미소로 답례해준다. 영상통화 중에는 입에 손을 갖다 댔다 쫘악 펼치면서 사랑의 키스를 근사하게 날린다. 모두 환호하는 반응이 있었기에 습득된 자연스러운 발육의 몸짓이다.



그런데.. 이렇게 존재 자체만으로 주목받는 때가 지나면 서서히 비교당하기 시작한다.

때마다 일마다 최고가 되면 좋겠는데... 나의 경우 유전자 탓인지 그런 적이 거의 없다. 특히 한국전쟁의 여파가 남아있는 1950년대 말 여자로 태어난 난 늘 언저리를 맴돌며 센터에 있는 자들을 향해 박수 쳐대며 살아왔다. 그게 당연한 나의 처신이었고 그래서인지 나름 평탄한 인생이었다.


그렇게 나이 들어 훌쩍 회갑이 지나있고... 유유자적 인터넷 공간을 떠돌다 이렇게 브런치에 한 자리 펼쳐놓고 있다. 브런치 입성 반년이 넘어서도 구독자 80여 명의 한적한 변두리 집이다.

매일 글을 올리지만.. 성경 일 년 일독을 목표로 한 묵상의 글이 중심이기에(이전에는 ‘로마제국 쇠망사’와 ‘서양미술사’를 정리한 바 있다) 찾는 이가 별로 없다. 사실 글이 별 재미도 없을뿐더러 댓글로 교제 나누기도 어려운 내용인지라...

어쩜 그래서 매우 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기서도 어쩔 수 없이 ‘열등감’을 맛보고는 한다. 나이 들어서 오히려 주목받는 윤여정보다는 한참 어린데 말이다... ㅎㅎ


이런 나 자신을 느끼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가급적 소외된 듯한 이들을 찾아보며 격려해주고자 의도하는데도 게으른 몸짓이 굼뜨기 그지없다.. ㅠㅠ

쓰다 보니 참 두서가 없이 황설 수설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귀한 존재다.

특정한 한 사람을 너무 추켜세우지도, 그늘진 사람을 너무 무심히 지나치지도 말자는 다짐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고 싶었나 보다.

또 하나!

설령 구독자 수가 내 글쓰기 실력 평가의 척도라 해도!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이 공간을 끈질기게, 아름답게 지켜가자는 것이다.

오고 가는 인연의 소중함을 놓지 말고!




꾸준히 <아이얼의 1분 묵상>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소중한 인연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

일개 평신도가 쓰는 짧은 성경 이야기와 기도소리가 대수롭지는 않지만... 어느덧 1/4이 지나가고 있다. (처음 창세기 앞부분은 이 브런치 공간에 올리지 않았다.)

작심삼일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매김한 ‘묵상 글쓰기’를 쓰는 스스로를 쓰담 쓰담해본다. 성경 전체를 쓰고 난 그날 충만한 행복을 얻게 되리라!


도전! 365일!! 홧팅!!!




렘브란트가 그린 어머니,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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