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를 느끼다
예술가에게 사고와 언어는 예술의 도구다.
예술가에게 악과 선은 예술의 질료다.
모든 예술은 표면적인 동시에 상징적이다.
한 예술 작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은 그 작품이 새롭고,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평가가 예술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예술가가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을 때다.
모든 예술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 7~9쪽, 머리말 중에서 부분 발췌 )
처음 책을 펼쳐 본문을 읽기 전,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이 냉소적인 머리말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틀에 걸쳐 350쪽 분량의 소설을 완독한 후 다시 작가의 머리말을 읽었다.
음....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가 그대로 전해진다.
세상의 '선'과 '악'에 대한 사고를 자신의 유창한 언어에 묻혀 그림처럼 휘리릭~ 그려낸 그의 유일한 장편 소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 이면의 추악한 상상과 징표에 대해.
그리고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자와 그렇지 못하는 자들 간의 대립에 대해.
연이어 이 소설의 가치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스로 질문 해대다..
종국에는 '쓸모없음'으로 시니컬하게 맺음 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예술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이 머리말에 농축되어 담겨있었다.
소설의 줄거리와 구성은 단순하고 평범했다. 각설하고~
이 작품에서 특별히 주목한 점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이 글의 백미는 단연 '걸출한 언어 표현'에 있었다. 각 인물의 심리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언어는 하나하나가 잠언으로 여겨질 만큼 '빼어난 명대사'였다. 책을 읽는 내내 기억하고 싶은 주옥같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대느라 분주한 손놀림이 수반되었다.
다음 수많은 명문장 중 주제를 나타내는 몇 개만 소개해보기로 한다.
감각으로 영혼을 치유하고, 영혼으로 감각을 치유한다...
과연 죽은 영혼을 감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순결의 피는 이미 흘려버렸다. 그것을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인가? 아! 속죄의 길이 없었다.
그러나 용서가 불가능하다면 망각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잊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밟아서 없애든지, 자기 몸을 문 작은 독사를 짓이겨 죽이듯 완전히 뭉개 버리기로 결심했다.
- 288쪽, 도리언 그레이의 말 -
자네도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기는 했지만 외모는 그대로야. 비결이 뭔지 알려주게. 젊음만 되찾는다면 난 세상에서 못 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네. 청춘! 세상에 그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나이 든 사람의 비극은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여전히 젊다는 데 있네.
- 332쪽, 헨리 경의 말 -
차라리 그는 죄를 지을 때마다 확실하고 신속한 처벌이 뒤따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야 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울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아 깨버렸다... 그를 파멸시킨 것이 바로 그의 아름다움이었다. 그가 간절한 기도로 그토록 원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 그를 멸망케 했다...
그의 아름다움은 그에게 가면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의 젊음은 조롱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 338~339쪽, 도리언 그레이의 말 -
이 소설은 1890년에 초고를 쓰고 다음 해 1891년에 수정 보완한 작품이다. 130여 년 전에 쓰인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재와 환타지적 구상은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현대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작가의 연보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 외 다수의 동화를 쓰고 <살로메>를 비롯한 희곡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이력이 '환타지적 소재'를 끌어내 구상하는 데 탁월함을 발휘했던 것이다.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의 영혼이 '초상화'에 스며들어 실제 인물과 치환되는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소설의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오늘날 이런 식의 판타지물은 너무도 많다. 소재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이끌어낸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 그 세계를 시대 간극 없이 공유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주 금요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온라인 독서토론을 한다.
내가 발제를 하고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발제문 쓰기에 앞서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소감을 적어보았다.
월요일까지 다른 일정을 위한 과제를 해야 하기에 발제문은 그다음으로 미루고..
토론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가 나눠지고~ 그 후기를 담아 다시 여기에 소감문을 쓰게 되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437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