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역 입문서가 되어준 책
공자가 나이 50에 깨달은 주역의 진리. 그는 일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 주역을 공부했다고 한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처음 책을 받아 들고 먼저 그 대답의 단서를 찾아보았다.
"아하~ 천지 모든 존재의 원리와 인간사회의 섭리를 담고 있는 주역의 이치에 매혹당해서였구나~"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있었다.
1부에서는 주역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2부에서 총 64괘를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였다.
1부의 목차는 8개로, 주역 기본 요소인 8괘에 맞추어 요약정리하는 저자 김승호 님의 재치가 돋보였다.
주역 64괘의 기본을 이루는 8개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天, 地, 火, 水, 風, 澤, 山, 雷 (천, 지, 화, 수, 풍, 택, 산, 뢰)
이에 해당되는 주역의 기호를 자판으로 치지 못해 여기에 손쉽게 옮겨 적지 못함이 아쉽다.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는 단순한 기호는 그 자체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부터 이 기본 8괘의 의미를 읽어 내려가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당근! 공자가 인생 말기에 푹 빠질만한 학문이겠구나 싶었다.
"주역 64괘에 우주 대자연의 모든 사물을 담을 수 있다. 먼저 세상의 모든 사물이 8개로 분류되었고, 이것이 합쳐져서 64개의 현상으로 발전한다. 이로써 세상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
"무한한 것을 유한한 것으로 주역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것도 합리적이면서 조직적으로!"
"미래는 정해져 있으나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피해 갈 방법은 있다."
"징조 해석이 주역에서 말하는 괘상이다. 이로써 미래가 드러나는 것이다."
"주역은 사물의 요동을 피해 먼 거리에서 미래를 측량하는 기술이다."
"주역이란 우주의 운명, 세상의 운명, 국가의 운명, 개인의 운명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만물은 뜻이 있으며 그 뜻은 주역을 통해 알 수 있다."
"공자는 한평생 두 성인을 존경하고 흠모했는데, 바로 주역의 저자인 문왕과 주공이었다. 공자는 수명이 짧은 것을 한탄했을 정도로 주역 연구에 몰두했다."
이상은 1부 전반에서 주목한 내용들이다. 과연 주역은 매력적인 공부임에 틀림없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물이 존재하는데 그 모든 것을 6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 명료하게 해석할 수 있다니 말이다.
이전부터 미래의 운명을 점치는 일은 늘 있어왔다. 여기서는 성경을 예를 들어 비교해보고자 한다.
다니엘서를 보면 바벨론 왕국 느부갓네살왕의 꿈을 지혜롭게 해석해 이방 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입지를 굳힌 다니엘의 기록이 있고,
에스더서에서는 당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를 대하여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담대하게 운명에 도전하여 히브리민족을 세우는 여인 에스더 왕비의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용기란 미지의 상황을 행동으로 돌파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예기치 않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진하라는 뜻이다."
이는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의지와의 상관관계를 큰 틀에서 보는 예가 되는 듯하다.
섭리의 큰 틀 안에서 인간의 의지에 따라 운명의 축이 옮겨가기도 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위대한 실천 의지!
그래서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고 신과 영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陽(양)은 어떤 것에 의해 나중에 생긴 것이 아닌 스스로 생긴 절대 사물. 처음 이전부터 그냥 있을 뿐, 영원히 없어지지도 없앨 수도 없는 존재로 정의한다."
이러한 '양의 진리'에 대한 정의를 읽으면서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연상되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스스로 있는 자'라고 칭하는 것과 상통하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세상의 진리는 모두 하나로 통하는 것인가 보다.
하늘과 땅, 선과 악, 양과 음, 필연과 우연, 남자와 여자, 먼저와 나중,
이어지는 이진법 논리 까지...
-- 주역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화 --
"일주일 만에 여와가 복희 씨에게 붙잡힌 것은 천지창조와 관계된 것이다. 세상이 일주일 만에 창조되었다는 것인데, 창조란 다름 아닌 음양이 최초로 만날 때 이루어지는 법이다. 아기의 출산도 창조의 순간에 해당된다. 복희 씨와 여와가 창조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 일주일 동안은 혼돈의 시기였다." -본문 54쪽-
이 '복희 씨와 여와 전설 신화' 역시 성경 창세기 1장에서 언급한 천지창조의 과정과 상통하는 것이라 놀라웠다.
-- 주역 속에 남겨진 고도 문명의 흔적 --
"주역은 2진법 체계로 되어있는 바, 이는 오늘날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기본 원리가 된다. 기호의 위치가 바뀌면 뜻이 달라지는 것이 현대 수학의 행렬식이라는 것인데, 이는 고도 문명의 수학 체계다. 2진법의 표현은 자연을 아주 편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주역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저자는 주역 안에 담겨있는 고도의 문명 흔적을 통해 외계인이 지구를 다녀가면서 남긴 유산이라고 굳게 믿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 그 흔적들을 64개 기호와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
2부에서 해석하고 있는 64개 각 괘에 대한 원리와 해석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주역으로 치는 점의 방법이 궁금해졌다. 여기서는 그것까지는 다루고 있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느낀 감탄 거리들은 전체적인 것 외에 세부적으로 들어가 차근차근 디테일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성경 66권을 한 번에 거론하여 그 의미를 이야기할 수 없듯이 말이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 -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이 책은 내게 주역 입문서가 되어 주었다.
또한 역사와 기록을 통해서 발견되는 공통적 진리를 확인하는 기쁨이 있었다.
우주의 기본 질서에 대해 경외감을 갖게 하면서 주역의 진리에 대한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책이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주역으로 보는 점괘 적용방법을 배워가면서 공자의 감탄을 깊이 있게 공감하고 싶다.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으려는지 그 접목점을 스스로 찾고 싶다.
철학을 넘어 종교까지 확장될 수 있는 주역의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는 가치 있으면서도 사뭇 두려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