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달아나는 젊음.. 이제 편히 가시게!

by 아이얼

어제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하고 오늘 아침 병원에서 안대를 풀었다.

긴장되는 순간...

먼 데는 이전보다 훨씬 맑게 잘 보인다. 0.9 정도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근거리, 중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도, 휴대폰을 볼 수도 없었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그동안 내 눈은 이랬다.

어렸을 때부터 고도근시였다. -9 디옵터로도 교정이 잘 안 되는 눈을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의존하여 지내다가 40대 초반의 나이에 라섹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좌안은 심한 난시에다 원시까지 생겨버렸다. 의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으나 별 개선이 되지 않았다. 우안은 난시 섞인 0.7 정도로 최근에 이르러 0.3 정도까지 떨어졌으나 그냥저냥 만족하며 살아왔다. 시력이 좋았던 친구들은 돋보기안경을 써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우안은 근시가 계속 진행되어 맨 눈으로 볼 수 있었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니까 가까운 것은 근시인 우안으로 보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번에 우안이 백내장이 더욱 많이 진행되어 먼저 수술을 한 것인데 막상 하고 보니 허걱! 불편함이 오히려 심해진 것이다!


그동안 내 삶의 패턴이 근거리, 중거리 위주의 삶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책, 신문, 핸드폰, 노트북을 보지도 못할뿐더러 거울을 통해 상이 맺히는 내 얼굴조차도 희부옇게 얽어 보인다. 그러니까 가까운 거리는 맨 눈으로는 선명히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너무 속상하다. 이제 난 평생 돋보기+난시 안경을 끼고 살아야 한다...

다초점 수정체를 권하지 않은 의사가 잠시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다시 의사들과의 상담 녹음파일을 열어 들어보니 라섹한 내 눈 각막 표면이 고르지 않고 상처도 있어서 다초점 수정체도 보조 안경이 십중팔구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공통된 내용의 의견이었다.

난 담당의사를 신뢰했고 그의 판단과 처방에 따른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내린 나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의기소침하여 아무 일도 안 하고 하릴없이 주저앉아있다가... 문득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네 안경점 가서 일반 돋보기안경을 임시방편으로 사서 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화면 글자를 키워가며 이렇게 속상한 맘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의 좌안 수술은 또 어찌해야 하나...

제대로 된 안경을 처방받으려면 3개월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 이제 새로운 눈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안경 끼면 웬만큼 볼 수 있으니 감사해야지.

안경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노인임을 인정하고...


이제 얼굴 외모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질 듯하다.

그래도 내 얼굴에서 제일 예쁜 곳이 눈인지라... 60 평생 40여 년을 눈 화장만큼은 정성스레 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안경을 늘상 끼고 살아야 한다면...


아~ 모든 게 헛되고 헛되어라~~~

60을 넘기면서 부쩍 늙어가는 눈가, 입가, 턱, 볼, 목주름에 조바심을 냈던 내 모습들이 사진 앱에서 자체 편집된 추억의 앨범 마냥 스르륵 지나가고 있다.


달아나는 젊음을 붙잡고자 버둥댔던 그 허무한 몸짓들이여!

이제 놓아줄 테니 편히 가시게! 안녕~~~

아~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christine_kyunghee_cho 'One Fine day II' 30.5x35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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