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다시 합류한 <함께 낭독하기>의 변(辯)

by 아이얼


오늘 아침 오랜만에 온라인 낭랑 공독에 합류했다.

안과 수술 후 한동안 불편한 시력 때문에 <로마제국 쇠망사> 공독에 불참했다. 마지막 6권은 그렇게 눈과 씨름하는 사이에 후루룩~ 지나가 버렸고, 낭랑은 2년여에 걸친 <로마제국 쇠망사 함께 읽기 프로젝트>의 대장정을 바로 지난주 목요일 마치게 된 거였다. 그러고 나서 다음 역사책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읽어보자는 책이 로마제국 초기 오현제 시대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윤리론집> 중 몇 편의 에세이였다. 오늘은 그중 <수다에 관하여>를 읽었다.


오랜만에 함께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나 물리적으로 '낭독하기'가 이전 같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다...




6/21과 28일 한쪽씩 수술하고 2달여 지났다. 아직 안정적인 시력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책을 읽을 수는 있다. 다만..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찬찬히 글씨를 들여다봐야 한다. 초점이 맞추어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나마 선명하지 않고 희부옇다. 안경점에서 파는 일반 돋보기안경을 껴도 난시 때문인지 글씨가 두, 세 개로 겹쳐 보여서 어지러워져 이내 벗어버린다. 담당의사 말에 의하면 수술 후 3달의 적응기간을 거쳐야 안경을 맞출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한 달은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한다.


우안을 먼저 수술하고 나서 더럭 낭패감이 들었었다. 라섹수술 후 20여 년 동안 우안으로 가까운 것들을 보고 살아온 터라, 우안이 원시로 바뀌고 나니 도무지 생활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일상적인 일들에 모두 제동이 걸렸다. 핸드폰 보기, 마트에서 쇼핑하기, 식사 준비하기, 책 읽기, 글쓰기 등등... 가까운 거리의 것들을 보고 처리하는 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름 대책을 찾아 궁리한 끝에 '모노비전'을 알게 되었고, 의사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좌안은 근거리를 볼 수 있도록 시력을 내려주시면 어떨까요? 오랫동안 짝눈으로 살아온 터이니.."

의사는 탐탁지 않아했지만.. 원한다면 그리 해주겠다고 했다. 그 결과로 지금 이렇게 먼 거리도, 가까운 거리도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내가 놓치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항이 있었다. 기대했던 '모노비전' 상태는 보통 40대 정도까지의 연령대에서 그 효과가 좋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나처럼 60대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의 탄력 잃은 안구가 좌, 우 뒤바뀐 짝눈이 상태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것! 그걸 인식하지 못했던 거다!ㅠㅠ

지금 난 독서하기, 스마트 폰 검색하기 등 모든 형태의 '읽기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상태가 이런데도 독서욕구는 이전보다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욕구를 다른 것으로 대신 채우기 위해 최근 교회문화교실의 <클래식 음악의 산책> 수업을 신청해 수강했었다. 나름 재밌고 유익했지만.. 나 스스로 탐구하며 깨닫고 알아가는 그런 작업을 보탤 수 없어 안타까웠다.


또 하나! 독서를 줄이는 대신 <영화 감상> 시간을 새롭게 가져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간 못 본 감동적인 명작품들이 어찌나 많은지! 엊그제는 <쇼생크 탈출>을 보고 감동받아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도서관에서 냉큼 빌려와 눈을 비벼가며 더듬더듬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결국 또 이렇게 책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ㅠㅠ




플루타르코스의 에세이 <수다에 대하여>에 대한 감상을 쓰려던 애초의 의도와 달리, 그간 쌓인 일상의 푸념이 주옥~ 이렇게 이어지고 말았다. 이제 정말 눈이 피로해서 더 이상의 글을 쓰기가 어렵다!

오늘은 여기서 일단락! 내일을 기대하며 이만 마쳐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