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만물 창고에서

by 아이얼

서가의 책 정리를 하다 먼지 쌓인 묵은 독서대가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나무판에 권위적인 관공서의 사업 문구가 빽빽이 적혀있는 알루미늄 판넬이 눈에 거슬려 치워 두었었다. 게다가 책을 얹어놓는 부분이 너무 경사가 져 여러모로 불편했다.

문득 약간의 수선작업을 하면 쓸만하지 않을까 하여 도라이버와 망치를 들고 못 꾸러미를 풀어 적당한 못과 나사를 찾아내었다.

기존 박힌 못들을 뽑아내고 생각대로 뚝딱뚝딱 적당한 위치에 구멍 내어 새 나사로 끼우니 이전의 불편함이 싸악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어지러운 글귀의 알루미늄 판넬은 어떻게 없애버리나 궁리하다 마침 이전에 쓰다 남은 스티커 벽지가 떠올랐다. 즉시 찾아내어 받침대에 맞추어 잘라 붙였더니..

우와~~ 정말 훌륭한 독서대로 거듭났다. ^^


나의 집은 각종 묵은 물건들이 저장되어있는 만물 창고다. 22년째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시어머님이, 두 딸들이 머물렀고 떠나갔다. 떠난 자리에는 흔적들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남은 자가 된 나는 저들이 남겨놓은 물건들을 어쩌지 못하고 끌어모아서는 저들이 차지했던 공간만큼 쌓아두었다. 때마다 일마다 구석구석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해묵은 물건들.. 그중에는 족히 100년은 지났을법한 가운데 구멍 뚫린 엽전까지 있다. 어머님이 자수 놓은 복주머니에 간직하셨던 것들이다.


오늘도 그렇게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해 과감히 버리려고 늘어놓다가 오히려 없었던 일거리들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물 앞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고 이러고 있다.

결국 오늘 내가 버린 것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뚤어진 못 조각 몇 개뿐이었다. ㅎㅎ


아무래도..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나의 이 해묵은 ‘만물 창고’를 나 스스로는 영영 부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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