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놀터에서 내가 기획한 첫 번째 기행

by 아이얼


꿈놀터.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정겹다.

인생 2막에 들어선 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꿈꾸어보는 놀이터.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리 알아차리게 되는 쉽고 매력 있는 단어로 초청하는 앱 ‘꿈놀터’의 회원이 되었고, 앱 초기화면에 큼직하게 뜬 탐험대 2기 모집 광고 배너를 연거푸 클릭했다.

그리고 이 놀이터에 내가 꿈꾸는 여행을 기획해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청장년 시절 내가 관심 갖고 주로 해왔던 일들이 무엇이었나.. 잠깐 되짚어본다.

언어, 몸짓, 놀이, 교육..

이런 주제어 아래 나름 열정적으로 분주히 살아온 듯하다. 그러고 보니 그래서 공식적인 시니어가 된 지금도 아이 같은 순진함(?)을 지니고 살아가는가 보다. ㅎㅎ


‘아이얼’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40대 초반, 한 단체에서 극단을 세우게 되었는데.. 그때 기도하며 받은 독특한 이름이다. 그런데 차기 리더십 아래 활동하는 극단은 그 이름 ‘아이얼‘ 대신 그냥 기존 단체의 이름에 극단을 덧붙여 쓰고 말았다.

그래서 아쉽게 사라지는 그 이름을 붙잡아 내 개인의 것으로 부쳐버렸다. 그러고 나니 참 좋다. 나의 캐릭터를 대변해주는 이름으로 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을 언어와 몸짓에 담아 펼쳐내고 살아가는 자! 바로 나 ‘아이얼 차경숙’이 살아가는 이유이다. ^^


* 아이얼(아이의 얼) - eyear(eye+ear)


오늘은 그런 나 아이얼이 기획한 꿈놀터의 첫 번째 기행이다.

총 4명이 모여 인왕산 자락에서 ‘인생의 가을’을 이야기하는 대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는 비를 맞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음미하였다.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실행은 조금씩 비껴가기 마련이다.



시청역에서 회원들을 만나 먼저 2곳의 점심식사 장소를 제안했다. 근래 새로 오픈한 핫플레이스 ‘조조칼국수’와 50여 년간 정동을 지키는 추어탕집 ‘남도식당’.

일언지하에 ‘남도식당’을 선택하는 일행들!

줄 서서 기다림을 감수하고 식당 앞에서 대기했다.

줄이 길어도 생각보다 빨리 자리에 앉았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단 하나의 메뉴! 11,000원짜리 추어탕으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그마한 한옥집 모습 그대로! 방은 좌식으로, 좁은 마당은 의자식으로 툭툭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상과 테이블이 아이적 추억을 소환시킨다.


“그래.. 그땐 그랬지..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이렇게 자리가 나는 대로 꾹꾹 낑겨앉아 주는 대로 넙죽 받아먹었어…”


추억 한가득 국밥 한 그릇에 담아 먹고~~

나와서는 정동길을 느릿느릿 걸어본다.


누군가가 오색 털실로 옷을 짜서 가로수마다 입혀놓고 나무들의 패션쇼를 펼쳐놓았다.

흠.. 누구의 자태가 가장 멋들어진지.. 행인들의 시선을 낚아챈 그니를 찾아내려고 폰카메라를 갖다 대 본다.

직접 눈으로 본 것과 사각의 프레임에 캡처된 모양새가 사뭇 다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들이대고 관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리의 풍경들..

어쩜 그리도 우리 인생과 닮은꼴인지 나원참...


월요일이라 ‘고종의 길’도 ‘중명전’도 모두 휴관이다.

오늘은 그저 이렇게 고즈넉이 물러가고 있는 늦가을의 정동길을 마음에 담고 함께 나온 부부의 정을 토닥토닥 나누어보는 걸로 만족해야 할까 보다..




진한 커피 향에 이끌리어 정동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 ‘라운드앤드’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피낭시에, 초코파이와 함께 커피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우리들의 대화가 훈훈하다. 평소 건강을 고려하여 멀리하던 단 것들을 모처럼만에 한 입 베어 물고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들..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준비해온 영국 근대 여성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소설 <가든파티>를 꺼내보았다. 조명은 다소 어두운 데다 주위 사람들의 대화로 웅성거리는 실내에서 책을 함께 읽고 나눈다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문득 복사본을 내려놓고 화제를 바꾸어 보기로 한다. 어차피 오늘 반나절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우리의 만남 - 이 자체가 이야깃거리이자 짤막한 소설의 한 꼭지일진대..


품은 생각, 예상대로 진행될 수 없는 조건.. 처음부터 계획했던 장소 - 윤동주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 휴관으로 인해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던 거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장소를 바꾸어 진행해보자고 독려한 일행들이 고맙다. 세상은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훈훈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설 가든파티를 동행자들에게 쥐어주었다. 집에서 이 글을 읽으며 오늘 함께 걷고, 먹고, 나누었던 이야기가 소설의 주인공 로라와 오버랩되어 더욱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면.. 그것으로 오늘의 동행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도닥여본다.


이렇게 꿈놀터에서 펼쳐진 나의 첫 번째 기행은 첫 소풍 가는 아이처럼 어설프고.. 털옷 입은 가로수처럼 따뜻했다.




#꿈놀터 #꿈놀터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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