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새벽 6시 30분, 집을 나와 전철역까지 가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그렇게 싸늘하지 않은걸 보니 오늘 날씨는 very good~
픽업하기로 한 야탑역 1번 출구로 나오니 2개의 버스정류장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길게 뻗어있다. 어디에 있어야 정차하기 좋을까.. 잠깐 고민하다 뒤쪽 편이 낫겠다 싶어 이동하고 핸드폰을 열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운전자 박인숙 님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ㅠㅠ
그러나 10분 일찍 도착한 나보다 더 일찍 나와 한 바퀴 돌고 있던 박샘! 그녀를 발견하고는 차에 금방 올라탔다. 서로를 기다리지 않게 배려하는 몸짓.. 첫 만남이 훈훈하다.
"이거 선물이에요. 읽으시고 또 다른 분들께 전달해주세요."
마지막 수업에서 인기 짱이었던 임택 작가님의 책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이다.
알고 보니 인숙님은 임택 작가와 함께 여행을 다녔던 분이다.
꿈놀터 통해 <금요일의 임택 북콘서트>를 어렵게 신청해놓고는 저녁시간이라 주저하고 있던 내게 결단을 내리게 하는 소식! 그녀가 필참을 강권한다.
"그분 말씀하시는 것과 똑같아요. 아주 털털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어요. 함께 하는 여행 기회가 주어질지도 몰라요."
다른 조원 두 분을 태우기 위해 올림픽공원역으로 향하는 20여분 동안 그녀의 간략한 가정사와 여행 경력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딸과 함께 남미로, 유럽으로 1년가량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력이 있는 분이다.
감탄! 숨은 인재를 발견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교제하며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 싶어 내심 반가웠다.
올림픽공원역에 갔더니 인천에서 오신 김기웅님도 일찍 도착해 그곳에 사시는 정현진님과 함께 올림픽 공원을 휘리릭 돌아보고 오셨단다. 다들 부지런한 여행자들이다.^^
주말에 찾아온 감기 몸살로 앓고 계신 이은혜님이 안타깝게도 불참하시고ㅠㅠ
이제 4명이서 춘천을 향해 고고씽~~
박인숙님이 준비한 김밥과 차로 아침을 대신하고~ 내가 준비한 귤과 배도라지즙으로 간식을 대신하면서 논스톱으로 춘천 김유정역으로 달렸다. 사전에 입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다니..
사소한 것들에 깃든 따뜻한 마음.. 그것이 전해지는 차 안의 풍경이다.^^
아침 10시경 도착한 김유정역은 60대 여행객인 우리에게 추억이 물씬 쏟아지는 감성의 레트로 역이다.
지금은 폐쇄된 옛 증기기관차와 철길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는 옛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제각기 포즈를 취해보았다. 찰칵찰칵!
"캬~~ 이것 봐요~ 이 사진 이거 멋지지?"
"캬~ 끝내준다~~ 오늘의 사진사로 인정! 쾅쾅!! ㅎㅎ"
김기웅님의 자화자찬 감탄사 연발에 다른 3인의 동반자들이 긍정의 연발탄 너스레를 떤다.
김기웅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나이와 상관없이 천진난만함이 느껴지는 그의 몸짓과 언어가 경계심을 풀게한다. 사진촬영과 편집, 패션에 이르기까지 미적 센스가 돋보인다. 참 독특한 매력이 있는 분이다.
정현진님은 처음엔 과묵한 듯 했으나 지날수록 위트가 넘친다. 툭툭 던지는 그의 한마디가 재미있어 폭소를 터뜨리곤 했다.
“현진샘 거기 바닥에 떨어진 단풍 모아봐요~ 그리고 두 여인들 여기 벤치에 앉아봐! 현진샘 내가 go 하면 단풍 한가득 집어 여인들에게 날려봐~ 내가 오늘 인생사진 찍어줄겨~~”
다음은 그런 두 남자의 품앗이로 탄생된 작품이다! ㅎㅎ
이렇게 이곳저곳 멋진 데를 돌며 사진 찍고 찍히면서 하루 종일 깔깔댔다.
한가한 김유정 문학촌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반갑게 맞이하는 문화해설사. 그는 너무나도 친절히 그곳의 관광코스를 안내하고 다음 장소를 권해주었다.
문득 이렇게 판 깔아놓은 곳에서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에피소드를 각색해 상황극으로 펼쳐 한바탕 놀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점순이 보다 키가 클 뿐 아니라 이제는 폭삭(?) 늙어버린 할머니 점순을 상상하며 연기해보는 것!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ㅎㅎ
이어서 소양강 스카이워크를 거닐다 소양강처녀 동상 앞에서 동명의 노래를 듣고~
미적미적 뜸 들이다 불쑥 꺼낸 김기웅샘의 하모니카 연주!
뒤이어 정현진님이 구색 맞춰 찾아낸 노래방 잔치!
탁 트인 소양강을 배경으로 낭만의 뮤직쇼가 펼쳐졌다. 결코 소음이 아닌..ㅎㅎ
스카이워크 앞 음식점에서 닭갈비와 메밀국수로 허기를 채우고 소양강 다목적 댐으로!
소양강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전망 좋은 곳에서 기분 좋게 커피 마시고 나서~
제방 뚝길을 따라 건너편의 정자까지 걸으며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품어가는 잠잠한 소양강 나루를 감상하고는..
서둘러 귀가행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 석양을 마주하며 또다시 연주되는 구성진 하모니카!
또 하나 찾아낸 소리 'Amazing Grace'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감사의 은혜 소리가 차 안에 가득가득 넘치고 있었다.
오늘의 여행은 한마디로 최고였다!
코드가 맞아서일까? 아님 코드를 맞추었기 때문일까?
난 후자 쪽에 한 표를 주고 싶다.
60여 년 동안 생판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던 시니어 25명이 한 가지 '꿈꾸는 여행자' 타이틀을 붙잡고 모여들었으니..
각자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고 상대에게 맞추어 놀이판을 꾸며보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라고!
이렇게 '꿈꾸는 여행자'를 향한 나의 기도는 응답되고 있는 듯하다.
"꿈을 이루는 데 늦은 나이는 없다!"
"용기 있는 도전이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인숙님이 건네준 책 표지에 출렁이는 언어가 내 시선을 낚아챈다.
2022년 가을, 22기로 만난 동기들..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정겨운 관계로 쌓여가고..
인생 후반기 마지막 소중한 만남의 기회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그런 꿈꾸는 여행자가 되길!
우리의 여행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꿈꾸는 여행자가 이렇게 모여들고 있으니...
"여기 꿈꾸는 여행자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