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여행이 주 테마인 <꿈놀터>에서 '단편소설을 읽고 나누기'가 가능할까?
의심 반, 확신 반 그려보는 이상적 모습들을 현실로 담아내기 위한 나의 시도 - 그 두 번째가 진행되었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4일(수요일) 아침 10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서 일행을 만났다. 반갑게 첫인사를 나누고 난 후 갤러리아 백화점과 수원컨벤션센터 사잇길로 내려와 광교원천호수변을 따라 주욱 걸었다. 서울에 살아도 가까운 신도시 광교를 뚜벅이로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는 안쌤과 박쌤.. 서울에서 오신 두 분이 반듯하고 세련된 광교시가의 경관에 감탄하는 모습에 우선 마음이 놓였다.
광교호수공원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공원 내에 공공도서관인 <푸른숲도서관>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문득 이곳에 들러 독서를 통해 또 다른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특정한 공간이 주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이 바로 내가 꿈꾸는 이상적 독서기행 테마와 맞물리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소를 선택해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해놓은 수원시와 용인시 당국에게 새삼 감사를 느낀다.
우리는 그렇게 40분 정도를 걸어 푸른숲도서관에 도착했고,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국에 단편소설의 부흥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원제는 <A Small, Good Thing>이다.
조용히 독서 삼매경에 빠진 여인들의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문득 책 읽는 여인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많은 화가들이 떠올라 그들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렇게 40여 분동안 한 권의 단편을 다 읽은 우리들은 도서관을 나왔다. 준비한 논제에 따라 독서나눔을 하기 전에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므로..
다시 호수변을 따라 20여분을 걸어 앨리웨이 몰에 들어섰다. 맛집인 <동트는 농가>에서 구수한 청국장찌개 세트를 주문했다. 토종콩으로 직접 발효시킨 청국장이 냄새도 순하면서 맛있다. 함께 나온 닭불고기와 각종 슴슴한 나물들이 '별것 아니지만,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한 끼 먹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방금 읽었던 책의 내용과 연결 지어지는 우리 일상들이다. 바로 이런 것이 우리가 책을 읽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작은 이유가 되는 것 아닐까? ㅎㅎ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A small, good thing 이었던 고소한 빵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아우어베이커리>로 이동했다. 달달한 쵸코렛파이를 곁들인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나눔 1. 소설의 제목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원제는 <A Small, Good Thing>이다. 이러한 김연수의 naming에 대해, 번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 그 느낌을 나누어보자.
소설의 원제목을 더욱 맛깔스럽게 이름 붙인 번역자 김연수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정서에 매료되어서 김연수 작가의 팬이 되어버린 나로서는 나눔 1번의 생각들이 무척 궁금했었다.
정선생님은 나처럼 한국어 제목이 더욱 소설의 주제와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좋다고 하셨고, 안선생님은 영어의 원제가 감칠맛 나는 단순한 동기가 되어 좋다고 하셨다.
나눔 4. 이제껏 살면서 내가 경험한 a small good thing이 있는가? 그것을 떠올리고 나누어 보자.
또한 나눔 4에 대한 저마다의 경험들은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대중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친근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졌다.
2차로 좌회전의 1차선에서 직진하다 2차선의 좌회전 차량과 충돌! 명백한 본인 잘못에 따른 충격으로 덜덜 떨고 있을 때, 오히려 괜찮다고 위로해주던 상대 차량의 운전자에 대한 고마움.
어려운 일을 당해 주저앉아 있을 때 다가와 "이건 그대에게 잠시 일어난 smile shock일 뿐이야. 지나가고 나면 웃음 짓게 되는.." 이렇게 건네주신 따뜻한 언어의 기억.
이어 꿈놀터를 사회적 기업으로 세우고 a small, good thing을 이끌어내고자 애쓰는 정상근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의 노력, 그리고 그에 부응하는 지금 우리들의 몸짓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의 작고 선한 생각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You probably need to eat something warm and sweet."
10살을 맞이하는 생일날 느닷없는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
그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며칠 동안 젊은 부부가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들..
그 가운데 부각된 baker의 존재..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그 장소를 지키며 빵을 구워왔던 baker.
그에게 치환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게 하고 위로의 공간이 되어주었던 bakery.
아픔을 당한 부부에게 건넨 그의 구차한 변명 없는 사죄의 언어.
그리고 저들의 허기를 채우는 달콤한 빵을 내미는 그의 손길.
마침내 그 빵집에 주저앉아 그 베이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가 되어버린 저들의 이야기.
이 모두가 오늘의 독서기행을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만남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고 믿고 싶다.
비록 꿈놀터에서 내가 시도한 <아이얼의 독서기행>이 아직은 많이 어설프고 지속 여부가 의심스럽더라도...
이렇게 아주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 소박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헤어지기 전 따뜻한 목도리로 머리와 목을 감싸고~~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선글라스를 끼고 포즈를 취해본 우리들! 사진 속 밝은 표정에서 "함께 동행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훈훈한 시니어 동반자가 되어가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 시대의 매서운 칼바람을 막고! 유해한 환경을 함께 피해나가며!
이는 나만의 느낌일까?? ㅎㅎ
오늘 어설픈 진행자의 테마기행에 따뜻한 동행자가 되어준 안영순, 박화문, 정인숙, 박인숙님께 감사를 드린다. 비록 이렇게 시작은 미약하지만, 갈수록 정감 넘치는 위로와 감사의 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다음 기행을 준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