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지막 '아이얼의 독서기행'

꿈놀터에서

by 아이얼

반신반의하며 꿈놀터에 펼쳐놓았던 나의 독서기행 프로그램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오늘이 그 4번째!

날씨가 아주 많이 추워진 데다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 30일인지라 오로지 독서토론만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불쑥 내밀었다. 과감하게 서울이 아닌 용인 수지로!

경기도이긴 하지만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근처의 북카페인지라 교통은 매우 좋은 곳이다. 게다가 20명까지도 수용이 가능한 소모임실이 있는 곳이다. 미리 예약만 하면 그 누구의 방해도 안 받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별도의 대여비 없이 아메리카노 한잔에 2,500원, 그 밖의 전통차나 과일주스는 최대 4,000원씩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 보온밥솥에 늘 준비되어있는 강냉이는 덤으로 맛보는 이곳의 별미이다. 모두들 감탄하면서 이 강냉이를 수차례 꺼내먹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ㅎㅎ

이 동네에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이 최적의 장소 '그린나래' - 멀리서부터 이곳을 찾아온 회원들이 여기서 옛날 시골마을의 훈훈한 온정을 반추해 보았다면.. 그것으로 일단 독서기행의 타이틀을 달만하다고 안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모임은 일정이 많이 몰리는 연말이라 지난번 아쉬운 이별 가운데 재참석을 바라시던 분들 중 한 분도 신청하지 못하셨다. 그래서 일주일 전의 만리동 모임에서 나누었던 장류진의 단편소설 <탐페레 공항>을 다시 한번 낭독하고 토론하기로 했다. 같은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나누었을 때 어떻게 달라질 수 있으려는지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오늘의 참석자는 사회자인 나를 제외하고 총 6명(3명의 남성과 3명의 여성)이 1:1의 성비로 고루 편성되었다. 일부러 그렇게 기획해서 뽑은 것처럼!

먼저 간단히 자기 소개하고 나서 돌아가면서 한쪽씩 낭독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미리 읽어온 분, 여기서 처음 읽는 분이 4 대 2로 섞여있었지만, 모두 처음인 것처럼 하나로 집중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수차례의 퇴고를 거치면서 잘 다듬어진 작가의 언어가 각자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내릴 때 전달되는 그 무엇! 그건 정말 현장에서 얻게 되는 귀한 직관이다. 혼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그 무엇이 가슴을 건드리고 뇌를 자극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 토론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사이로 번뜩이는 깨달음에 전율하게도 되는데..

이건 주로 발제하고 사회를 맡았던 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와 같은 선물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낭독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첫 번째 질문을 부어댔다.

나눔 1 :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무엇’을 나누어봅시다. 사람이든 감정이든 시대이든 그림, 음악, 글, 드라마 등등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다.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런 낭독은 첫 경험인데, 음성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색다르다."


"낭독해서 읽으니 내용에 대한 이해가 더욱 잘 되는 듯하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에 대해, 포기와 좌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는데 이전에 나의 transit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주던 공항직원의 친절이 생각난다."


"비록 6년이나 미루어둔 편지쓰기였지만.. 마지막에 변화된 주인공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답장을 쓸 때는 작은 엽서를 준비했었지만 나중에는 큰 스케치북에 편지를 쓰지 않는가! 상대를 배려한 행위의 변화이다."


"이 책을 낭독하면서 문득 시각장애인을 위한 읽어주기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 노인이 경유지에서 기다리는 동안 하필이면 외국인청년을 대화상대로 삼은 이유가 뭘까? 자기가 도움을 받으려 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양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모아지는 이 시간이 너무도 귀하다.

다음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존재하는 세대갈등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나눔 3 : 소설 속 20대 청년과 90대 노인이 소통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소위 말하는 ‘MZ세대와 꼰대세대’의 일반적 특징을 생각해 보고, 우리 주변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소통의 예를 찾아내어 나누어봅시다.

"20대에도 꼰대가 있다. 소위 말하는 MZ와 꼰대의 구별과 차이는 세대간이 아니라 비전과 실행력의 차이다. 현장에서 IT사업을 운영하는 자로서 그간 쌓은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 중졸 출신이지만 능력 있는 젊은이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고용하기도 했었다. 결국 자기 자신의 적극성과 수용성에 미래의 발전이 달려있다."


"맞다! 아이들 앞에서 그들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들을 무서워서? 혹은 귀찮아서 이야기해주지 않는 자가 오히려 꼰대이다."


"그렇다! 먼저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고.. 그리고 따라오도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 답. 정. 너로 여기고 등 돌리는 MZ세대들에게 '어른의 영역'이 있고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 젊은이들 앞에서 위축되는 노인.. 이건 고착화된 한국문화의 문제일 수 있다. 난 어제도 시청 앞 광장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스케이트를 탔다. 건강이 허락되고 여건이 되는 한 제약받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세대를 가르는 호칭 자체!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 담긴 사회시스템이 문제다."


"이러한 세대 격차와 갈등 문제의 출발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아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하고 저들을 선하게 이끌어주는 부모들이 되기 위한 그들의 각성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귀한 생각들을 들으면서 가슴이 뿌듯하게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토론을 이끄는 인도자로서 '나의 의견'을 내려놓는 대신 '다른 이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시간! 참석자 중 한 분이신 박 선생님이 거듭 강조해 외치시는 'Gold Senior'로의 길을 훈련하는 한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나눔 4 : 주인공은 친절한 핀란드 노인의 정성과 사랑 가득한 우편물에 대해 즉각적으로 화답을 못하고 6년간이나 미루어두었습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후회’의 감정에 짓눌려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긴급한 일에 밀려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던 나의 후회를 생각해 봅시다.
나눔 5. 소설에서처럼 여행 중 뜻밖의 인상적인 만남의 경험이 있다면 나누어봅시다.
나눔 6 : 소중한 그 사람에게 쓰다 만 편지, 그동안 별러왔던 감사의 편지를 오늘 중 꼭!! 써보기로 합시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지금 그 대상을 정하고 짧게나마 서두를 써봅시다)


또한 나눔 4, 5, 6의 논제에 따라 다양한 경험들을 나누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양희님의 이 한 마디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반전의 충격을 맛보게 되었다.


혹시 그 핀란드 노인의 부인이 말한 "He is sleeping."은..
그가 죽었다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전화한 주인공을 배려해서?
그 노인은 계속 그렇게 땅 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것일지도...



어떻게 결론짓든 그건 독자의 상상에 달려있다.

이런 단편소설의 나머지 뒷이야기는 작가가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이니까..

다만..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인생의 진리 앞에서

진솔하게 자신을 투영시켜보며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소중하지만 급하지는 않았던 일들을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늘 읽고 나눈 <탐페레 공항>으로의 독서기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라고 자부하며!

2022년도의 마지막 <아이얼의 독서기행>을 마친다.


처음 시작할 때 반신반의했던 나의 도전이 확신 쪽으로 기울어졌음에 감사한다. 2023년도에는 확신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의 발전과 도약을 꿈꾸어본다.


이제까지의 총 4회 동안 꿈꾸는 아이얼과 함께해주신 진홍, 원경, 은미, 영순, 요석, 경화, 춘지, 양희, 성주, 인철, 인숙1, 인숙2, 화문, 영란, 경옥, 윤경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의 동행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던 꿈놀터에서의 ‘아이얼의독서기행’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자리를 깔아놓고 맘껏 놀게(?) 해준 (주)꿈놀터에 애정을 담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2023년도엔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고 재밌는 꿈놀터로 성장하시길!


우리 모두 함께 아자아자! 홧팅!!


#꿈놀터 #꿈놀터탐험대



독서토론 후 식사 - '행복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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