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있었지. 하지만 이젠 없어. 누구도 우리 글 자를 쓰지 않아. 저기 산 두 개 너머에 사는 바보 아르판 말고는.” - 박형서 단편소설 <아르판> 중
박형서 단편소설 <아르판> 서두를 읽다 이 구절에 시선이 꽂혀서는 가슴이 콩닥거린다.
요즈음 스스로를 향해 느끼는 좌절감이랄까 낭패감이랄까..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고찰, 묘사해 주는 한 문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이 문장에 몇 개의 단어만 바꾸면 영락없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다. 이렇게 말이다.
“예전에는 있었지. 하지만 이젠 없어. 누구도 섣불리 나서려고 하지 않아. 여기 단순 무식해서 용감한 바보 아이얼 말고는.”
그녀 아이얼은 현실상황들을 간파하는데 늘 냉철하지 못하다. 혼자 있을 때 상상하는 집단과 사회의 모습은 대부분 아름다운 일곱 빛깔 무지개색이다. 낙천적인 세상을 꿈꾸는 것. 그것을 그녀는 ‘비전’이라 여겼고, 스스로를 ‘비저너리’라고 다독이며 가슴 벅찬 미래를 구상하고는 했었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일구어갈 아름다운 세상. 비록 거창하지는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여겨졌었다. 그래서 대뜸 깃발 들고 앞장서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천진난만한 ‘이상주의자’이거나, 주목받기 좋아하는 ‘관종’으로 치부하는 무리들의 냉소적 시선을 느낄 때면 자괴감을 느끼며 자학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럴 때 나오는 단어가 바로 이거였다.
“이 바보 멍청아~~ 뭐 하러 이런 짓하며 속을 끓고 에너지를 낭비하니? 너한테 무슨 득이 되겠다고? 그 시간에 니 스스로의 개인적 발전이나 추구해. 함께 한다는 거, 더불어 이루어보려는 거.. 그거 다아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이라는 거 그렇게 많이 경험하고서도 여전히 그 짓하고 있니? 이제 제발 그만 속 끓이고 그만둬~ 이 바보야!”
박형서의 소설 <아르판>을 끝까지 읽어봐야겠다.
바보 아르판이 어떻게 묘사 전개될지 몹시 궁금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쓰는 ‘바보 아이얼 2‘는 어떨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그녀의 가슴이 또다시 콩닥거린다.
이번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