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괜찮아요

그래서 오늘도 이 브런치 공간에서 난 행복하다

브런치 입성 2달 차 일기

by 아이얼

딸과 함께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호텔 뷔페식당 가는 길이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선물로 받은 사은권 사용 만기일이 가까운지라.. 코로나로 차일피일 미루다 막바지행이다. 덕분에 휴가 낸 딸과 데이트~~

5,6년 전부터는 동행 시 운전은 으레 딸이 한다. 나보다 운전실력도 좋고 무엇보다도 위기 대처능력-순발력이 좋다. 그러니까 그때가 딸과 엄마의 제반 활동능력이 교차되는 변곡점이 된 것이다. 덕분에 이 시간 멀미 날 정도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두 달 전쯤 브런치에 입성하여 ‘구독’과 ‘좋아요’에 댓글까지 눌러대며 새롭게 만난 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좋은 점은 어줍지 않은 책 보다 더 훌륭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는 것이다.

받은 감동을 즉시 댓글로 남기면 곧이어 울리는 작가의 정성스러운 답글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내가 한창 글쓰기 의욕이 왕성할 시기에 이곳에 들어왔더라면.. 필시 수많은 관심작가들을 지켜보며 오지랖 애정을 나타냈을 거다. ㅎㅎ

지금은 그저 10명 안쪽의 작가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내 형편에 아주 많아지면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마음과는 달리 생각이나 행동이 굼떠져서 10여 년 전에 비해 새로운 일을 하는데 드는 시간이 배로 늘어난 것 같다.ㅠㅠ


사람을 기억하면서 꾸준히 인연을 맺는다는 건 참 엄청난 사건이다. 비록 인터넷 사이버 공간이지만 각자 고민하며 쓴 글들을 읽고 공감할 뿐 아니라 그걸 댓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손내밈'이라는 생각이다.

브런치에 달리는 댓글은 대부분 그런 아름다운 손내밈의 '정성 어린 선플'들이다.

좋은 글들에 주르륵~ 달리는 댓글들의 길이나 내용을 보면 웬만한 본문 수준이다. 지인이 아닌 낯선 자에게 들이는 저들의 시간과 정성에 감탄한다. "우와~~" 바로 이런 점이 브런치의 차별성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댓글 문화는 브런치 회사에서 종용한 것은 아닐 터!

그저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놓고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 끌어들여 웬만큼 걸러내 방 하나씩 주었더니,

저희들 스스로 이집저집 팔딱팔딱 다니면서 이웃 맺고 수다 떨기 하는 것일 테다.

문득 아주 오래전 mbc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가 떠오른다. 소박한 이웃들 가운데 빚어지는 풋풋한 정감 어린 이야기들의 이미지가 이 브런치 공간에서 겹쳐지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댓글에 담긴 이웃들의 격려와 위로의 끈끈한 정 때문일 게다.


나도 부족한 글을 올리면 낯익은 몇 분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신다.

글쓰기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 등 다재다능한 전문 역사가님이,

감칠맛 나는 에세이를 쓰는, 친구 같은 내 나이 또래의 작가가,

사회적 약자 학생들을 연구 지도하는 따뜻한 맘의 샘이,

그밖에 방문하시는 몇몇 분들이 이제 막 들어와 쓰기를 시작한 늦은 여인의 어설픈 글에 '재밌게 읽고 있다'며 격려해주신다.

최근 며칠간은 딸과 같은 또래의 맑은 영혼을 소유한 작가, 통통 튀는 유쾌함과 순발력을 지닌 작가, 예리한 분석과 사고로 깊이 있게 글을 쓰고 나누는 작가 등을 새로이 만났다.

수만 명의 브런치 작가 중에서 맺어진 만남! 정말 귀한 인연이다.

글을 통해 상대방의 세계를 상상하고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렇게 1년이 되고 10년이 흐른다면... 그 친밀함의 깊이가 어떠하려는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게 된다.^^


나이 들어 좋은 것이 있다면...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사실 내가 여기 브런치에 자리를 잡고 연재하는 것 중 가장 집중하는 <로마제국 쇠망사 이야기>는 내게 가장 취약한 역사 고전 인문학 분야에 관한 글이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용감하게 도전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은 안이함을 떨치게 하고 굳어가는 두뇌를 자극한다.

이런 취약한 분야의 글쓰기를 통해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구독자가 많지 않기에 관리해야 할 이웃도 적고, 그만큼 여유 있게 멋진 작가들을 찾아다닐 수 있다.

다양한 이웃 지성들을 만날 수 있는 이 공간에 터를 잡았다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




운전하는 딸의 곁에서 룰루랄라~ 핸드폰 붙잡고 이 글을 썼다.

나의 활동능력 분기점은 이곳 브런치에서도 그려진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하!! 그래서 오늘도 이 브런치 공간에서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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