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책을 빌리려고 지역 도서관에 들렀다.
간 김에 신문을 집어 들었다. 조선, 중앙, 한겨레 이렇게 3묶음을 나홀로 차지해 널찍한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오랜만에 종이로 인쇄된 신문을 펼쳐보니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다.
근래 녹내장 초기증세가 보인다 하여 안과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정기검진 시 빼먹지 않고 ‘시야검사’를 한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동안 상하좌우에서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검사다. 할 때마다 긴장이 된다. 쓸데없이 예민해져서 감지 확인 버튼을 과하게 누르기도, 넋 놓고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검사결과가 매번 불안정하다.
나이 들어가며 안 좋은 일 중 손꼽히는 하나가 '시력저하'다.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진다고 일상이 불편해지지는 않는다. 그저 스스로 기억하는 젊은 모습이 거울 속의 상 위에 겹쳐져 움츠러들 뿐이다. 이내 '노화'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당당해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시력 감퇴에 대해서는 당당해지기가 어렵다. 제반 행동을 제약시키기 때문이다.
근시, 원시뿐 아니라 시 광각 기능이 떨어져서 요즘은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려 한다.
스스로 조심하게 되니 이전처럼 자가운전 시 과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문 몇 부를 읽은 소감을 나누고자 했는데 생뚱맞게스리 '시야'와 '시력'에 대해 주절댔다.
참~ 별 것 아닌 일로도 이렇게 '개인적 소회'가 앞서니 원...
어쨌든 오랜만에 잉크 냄새 풀풀 풍기는 신문을 보니 시야가 탁! 트여 차암~ 시원했다는 말이다.
그 시야가 트이는 느낌은 신체적 시력뿐 아니라 생각거리도 넓혀주는 듯!
제 일면 머리기사의 제목과 크기, 배치, 내용 등의 차이가 한눈에 화악! 들어오는 거였다.
좌, 중, 우
각 신문사 별 노선을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인간이 무리 지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생겨나는 편 가르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닫힌 입, 그를 가리는 마스크에도 정치의 색이 입혀지려는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네모난 스크린을 벗어나 저 너머의 그들이 여기 우리들과 치환되는 광각 시야를 지니고 싶다.
거울 속의 저들 곁으로 물결처럼 스르륵 다가가 띠 겹을 두르는 우리들.
시야가 탁! 트이고 가슴이 뻥! 뚫리는 멋진 신세계!!
초현실을 상상하는 현실 속의 비현실...
괜찮아~ 괜찮아요~~
초현실이건, 비현실이건, 현실이건
젊은이 건, 늙은이 건
시력이 좋든, 나쁘든
환상을 보고 꿈을 꾸는 건!
괜찮아~ 괜찮아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17)
*** 표지는 이웃작가 한복교님이 촬영하신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