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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얼 Jan 20. 2021

뻔하지만 감동적인, 동화같은 이야기

<부자의 그릇> 서평

< 부자의 그릇 >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딸이 생각나서였다.

30이 넘은 나의 둘째 딸은 외국계 기업 회사원이다.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소위 말하는 '네오 싱글족'이다.

요즘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단다. 한마디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딸을 염두에 두고 책을 펼쳐보았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2015년 국내에서 초판 되었던 책이 새롭게 양장본으로 발간된 것을 보면 꽤 호평을 받은 내용일 것이라 짐작되었다.

딸을 이해하고, 좋으면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즈미 마사토'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 교육 전문가이다.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 주식회사 대표이자 교육, IT, 부동산 관련 다섯 개의 회사를 경영 중이라 한다.

<부자의 그릇>은 이런 저자의 이력을 반영하듯 소설 형식을 빌어 경제와 경영 이론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가을날 해 질 녘 백화점 앞 분수광장에 넋 놓고 앉아있는 한 남자가 이렇게 푸념하고 있다..

"벌써 날이 지는구나. 여기에 얼마나 있었지?"

"내가 아무리 여기 앉아 있어도 다들 관심조차 주지 않는구나..."

자판기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내려마실 동전도 부족한 그에게 한 노인이 다가간다. 밀크티를 내리기에 모자랐던 100원을 빌려주면서 그들의 대화는 시작된다.


"누구나 제비뽑기에서 100번 이내에 당첨 제비를 뽑을 정도의 행운은 가지고 있다네."

순진할 정도로 긍정적인 노인의 사고방식에 나는 비아냥거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제로 당첨 제비를 뽑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아니야. 이러한 사고의 이면에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어 있어. 도전이 늦어지면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적어진 다는 거야. 즉 나이가 든 뒤에는 부자가 될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만 허용된 유명한 표현이 있잖은가. '우리에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다!'”


"아하! 인생 연륜이 가득 쌓인 부자 노인이 실패한 젊은 사업가에게 들려주는 삶과 경영의 지혜 잠언서이로구나!"

소설 초반부에 드러난 전체 내용의 윤곽-outline이다. 그렇다면 이제 노인의 잠언을 주의 깊게 살펴볼 차례다.

다음은 나름 뽑아본 노인의 명대사이다.


"돈을 계속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전 세계에서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거야. 원래 계속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 하니까 무리가 발생하는 거고, 그래서 돈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세. 부자들은 돈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돈은 인생을 결정하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는 걸세. 다만, 주의해서 다루지 않으면 돈은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지."


“자네가 돈에 휘둘려 모든 걸 잃으려 하는 건 정말 멍청해 보이지.”

"너무 자책하지 말게. 고작해야 돈이야.”


“자네는 특별히 멍청하지 않아. 돈에 지나치게 휘둘렸을 뿐이야. 그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함정과도 같지. 어느 정도의 돈에 만족하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 돈은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 지는 법이야."


"자네는 돈을 다루는 방법에서는 많은 실수를 범했지만, 실제로 경영 면에서는 단 한 가지 실수밖에 하지 않았어. 자네 말대로 '크림 주먹밥의 인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라고 믿은 것, 그거 하나야."


“누구나 운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하고, 운이 나쁘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실패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운이 언제까지나 나쁜 사람은 없어. 자네도 돈에 대해 올바르게 행동하면 언젠가 꼭 성공할 걸세. 그러니까, 배트를 휘두르는 걸 그만둬서는 안 되네.”


한 실패한 젊은 사업가와 부자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돈의 생리'와 '부자의 그릇'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 설명한다. 연초 신문기자들이 기획기사로 흔히 올리는 '성공한 사업가에게 묻다' 식 기획기사의 변형판(?) 같다.

그러나 대담 기사와 달리 소설의 형식으로 전개되어 이야기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해피엔딩의 결과가 뻔하지만 자잘한 희로애락의 갈등 전개에 감정 이입되어 주말연속극을 보듯, 그런 심리로 이 책에 푹 빠져 한달음에 읽어 내려갔다. 결국엔 기분 좋아지는 책,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세상 사는 진리는 어쩜 이렇게 아주 단순한 건지도 모른다.




다음의 후반부 대화는 소설 속 '자네'를 비롯한 수많은 '자네 독자'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지나친 자책으로 낙담하고 주저앉은 이들에게 '이제 다시 시작'을 권고하는 이 맺음이 그저 좋았다.


 "아무도 '만약에'의 세계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돈에 관한 경험은 돈을 다뤄봐야만 쌓이는 거야. 자네는 그 경험을 이미 얻지 않았나? 은행원처럼 남의 돈이 아닌, 자신의 돈을 다루는 경험 말이야."


“경험은 돈이 안 되잖습니까?"


"그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지. 자네는 판단을 잘못했다고 했지만, 그 경험은 자네가 장차 판단을 내릴 때 반드시 도움이 될 거야... 이미 자네에겐 1억 원의 그릇이 생겼기 때문에 신중히 돈을 다룬다면 10억 원도 분명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따라서 1억 원을 다뤄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귀중한 재산이지."


“하지만 이제 그만한 돈을 갖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이건 정말 신기한 일인데, 돈은 그만한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모여든다네. 10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10억 원, 1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 에게는 1억 원이 모이게 돼."

"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가져온다고 했네. 돈은 세상을 순환하는 흐름과도 같아. 흘러가는 물을 일시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그걸 언제까지나 소유하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래서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들어. 그때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야... 만약 자네에게 1억 원이 있으면 주변에 있는 중학생에게 투자할 텐가? 혹은 월급 300만 원에 만족하는 직장인에게 맡길 것 같나? 만약 그랬다가는 서로 불행해질 거야. 그래서 부자는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거야. 그러면 그 돈은 다시 열 배 이상으로 돌아오게 되지.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네."


다음은 스스로 '조커'라 칭하며 '자네'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노인이 보낸 편지 중 일부이다.

성공에 필요한 건 도전 정신과 경험이지, 돈이 아니란 말일세. 그리고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도 아주 중요하고... 자네는 그 환경을 스스로 망가뜨렸네. 하지만 자네가 크게 잘못한 일은 없어. 다만 조금 서툴고, 운이 없었을 뿐...  

자네는 그 경험을 가지고 어떻게 할 텐가? 설마 그대로 무덤으로 가져갈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높이 산다네. 실패란, 결단을 내린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거니까...
자네에 대해서는 이미 알아봤어. 그만하면 경력은 충분해. 하지만 자네는 돈이 지닌 신비한 힘을 너무 모르더군. 그래서 자네에게 돈에 대해 조금 가르칠 필요가 있었지...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듣는지 여부가 자네의 입사시험이었네. 그리고 병원에 이렇게 찾아옴으로써 자네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된 거야.
내일부터 아래에 쓰인 사무실로 와주게.

- 조커로부터-




부자가 되는 요령 하나, 둘, 셋... 이 아니라

부자가 되기 위한 그릇을 이야기하는 책.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평범한 진리가 시대와 장소, 인종을 넘어서는 절대 진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책이었다.

 

뻔하지만 감동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유치한 이야기가 좋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부자가 하루의 반나절을 실패한 사업가 곁에서 그의 푸념을 들어주겠는가!

있을법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보고 싶고 기대되는 이야기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결국 딸의 사랑이 모든 갈등과 고난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었다는 것!

현대판 효녀 심청 이야기 같지만 그래서 더 훈훈하고 좋았다.

왜 '효녀 심청'이냐고?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읽어보길 권한다.

나 또한 나의 딸에게 곧바로 이 책을 쥐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모든 '낙담한 자네'들이 '훈훈한 조커'를 만나 '부자의 그릇'을 만들어나가길 기도한다.

그리고 하나 더!


내 인생을 바꿔준 노인 조커님은 그 뒤에도 나한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말이 끝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렇게 덧붙인다.
"이건 내 마지막 유언이야.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니까..."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 '나'의 혼잣말이 이렇게 바뀌었다.

처음의 "내가 아무리 여기 앉아 있어도 다들 관심조차 주지 않는구나..."에서 말이다.

이렇게 '낙담한 자네'를 일으켜 세운 '훈훈한 조커'!

남은 인생 그 조커를 흉내 내고 싶다...




PS) 다산 북스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또한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성경구절이 있어 올려봅니다.^^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 디모데후서 2: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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