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 서평 쓰기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책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101가지, 흑역사. 세계사.
3개의 키워드 모두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어두운 역사 101가지를 추려내어 작가의 시각에서 풀어나간 이야기라면 분명 재미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2권의 시리즈로 (1권 : 고대~근대 편, 2권 : 현대 편) 구성되어있다. 그중 먼저 관심 가는 1권을 펼쳐 읽었다.
101개의 칼럼 중 50개가 1권에 담겨있다.
어떤 책이든 먼저 목차를 훑어보게 되는데, 목차에 오른 제목들 또한 흥미진진하다.
<원로원은 왜 독재관 카이사르를 한 달 만에 암살했을까?>, <콜럼버스가 1마일을 헷갈린 결과>, <만약 타이타닉호에 쌍안경 열쇠가 있었더라면> 등등...
다음으로 저자를 살펴보았다. 1권은 총 9명의 작가의 글이 담겨있는데, 그중 빌 포셋(Bill Faucett)이 31개를 썼다. 62%를 차지했으니 이 책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작가는 윌리엄 터도슬라비치(William Terdoslavich)로 6개의 칼럼을 썼다.
나머지 작가들의 글은 각 1~3편 정도씩 실려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쓴 글이 담겨있는 책은 서평 쓰기가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대표작가 2명의 글을 하나씩 발췌해 이 책의 개략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1071년 동로마제국에서 일어난 '만지게르트 전투'의 역사이다.
오늘날 터키, 이란, 이라크 3개국의 접경 지대에 위치한 만지게르트는 당시 셀주크의 튀르크족과 교전을 치르던 곳이다.
비잔틴 제국 전성기 시절의 바실리우스 2세 황제 사후 50년간의 혼란기! 그 와중에서 즉위한 로마누스 4세가 참전 통솔 지휘한 전투 이야기다.
로마누스 황제는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군인들과의 소통의 문제 등의 요인으로 패전하고야 만다. 이후 폐위당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로마누스를 뒤이어 미하일이 황제에 오르지만 역시나! 셀주크 군대를 이길 수가 없었다. 반세기 동안이나 아나톨리아 지역을 호령하던 비잔틴제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해버리고만 것이다.
이런 흑역사에 대해 저자 '윌리엄 터도슬라비치'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바실리우스 2세 이후 비잔틴제국의 황제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정적과 동지들이 개인적인 이기심보다 훨씬 중요한 의무감으로 똘똘 뭉쳤더라면 비잔틴제국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그리스-기독교로 단결한 비잔틴제국은 물밀듯이 들어오는 셀주크의 튀르크 -무슬림에 꿋꿋이 대항할 힘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비잔틴제국이 아나톨리아를 계속 지배했더라면 역사의 또 다른 물줄기를 바꿔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역사 속에 오스만 제국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스만 제국은 날로 세력을 키우다가 급기야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고 동로마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스만 제국이 없었더라면, 이슬람 제국의 국경은 발칸 지역이 아니라 오늘날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동서로 뻗은 타우루스 산맥을 따라 그어졌을 공산이 크다."
세상에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통치자도 마찬가지다.
후대들이 적들을 상대로 국가를 얼마나 잘 지켜낼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통치자가 후계자를 위해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한 가지!
그건 후계자가 국가를 더욱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도록 강력한 토대를 물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이 된 역사 이야기다.
작가 '빌 포셋'은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을 다음의 두 가지로 보았다.
1. 선박 제조기술의 허점과 2. 인간의 자만심
그에 더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것은 감시원 한 사람의 사소한 실수였다.
다음은 그 사소한 실수에 대한 이야기다.
"한편 타이타닉의 조타 실수와 빙산을 우회하지 않고 살짝 비껴가기로 결정한 이유와 관련해 의문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작은 실수 하나가, 정말로 사소한 부주의 하나가, 앞서 언급한 모든 실수들만큼 타이타닉의 침몰에 커다란 원인을 제공했다. 이는 극소수의 생존 승무원 중 한 사람인 프레드 플리트 Fred Fleet의 증언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감시원이었다. 높은 망대에 올라 빙산을 포함해 전방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발견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는 자신의 감시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지만, 타이타닉의 첫 항해 때는 오직 육안으로만 위험 요소를 확인해야만 했다. 현재 가치로 4억 달러의 건조비가 들어간 초호화 여객선인 타이타닉에 쌍안경 하나 없어서 감시원들이 맨눈으로 바다를 살피고 있었다고? 아니다. 쌍안경은 있었다. 자물쇠가 채워진 보관함에 얌전히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열쇠가 없어서 보관함을 열지 못했다... 출항 직전에 일등 항해사가 교체되었다. 본래 타이타닉에 승선 예정이던 일등 항해사가 보관함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데 후임 항해사에게 열쇠를 인계하지 않았다... 쌍안경이 없으니 망지기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시야가 제한되었다. 반짝이는 새 보관함을 깨부수고 쌍안경을 꺼냈으면 됐을 텐데... 누구도 그렇게 하지않았다... 쌍안경이 없으면 뭐 어때? 어차피 우리 배는 가라앉지 않을 텐데 뭐~~ 게다가 무게가 4만 6,000톤이 넘고 길이가 270미터에 달하는 이토록 큰 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게 있겠어? "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짓는다.
바로 그 쌍안경만 있었더라면 망지기 누구라도 치명적인 빙산을 훨씬 일찍 발견했을 것이다.
타이타닉이 빙산에 충돌하는 사고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일찍 말이다.
타이타닉이 빙산에 충돌하지 않았더라면...
설계와 건조 시에 있었던 다른 모든 결함과 오류는 드러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열쇠 하나가 없어서 타이타닉은 수장되었다??
그리고 2014년 당시 인계하지 못했던 쌍안경 보관함의 열쇠가 경매에 매물로 나와 팔렸다고 한다...
이런 역사에 관한 칼럼 책을 읽으면서 늘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오늘 읽은 책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역시 그러했다.
첫째, 해당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만약 ~~~였다면' 식의 가정법적 사고가 많았다.
그런데 해당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을 경우, 작가의 생각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타인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이런 것 아닌가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어떠하다는 것을 숙지하고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의 편에서, 자신의 역사관이 생기기도 전에 이런 역사비평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생각이 세뇌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역사적 잣대를 들이대고 섣부른 평가를 내리게 되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리라.
둘째, 역사적 순간의 중요한 포인트를 찝어내어 생각하게 한다.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이런 안타까움을 안고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의 시점에서 역사를 평가하고 미래를 세워나가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
바로 이 점이 역사의 가치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역사적 순간의 중요한 포인트'를 콕! 찝어내어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101가지 역사적 핵심 포인트를 찝어내어 준 책!
그중 1권의 50가지를 읽어보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역사이야기를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보고 확인하도록 부추기는 책.
무디어진 역사의식을 고취시켜 나의 나라와 주변 국가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자극하는 책.
역사적 사건을 주변 현상에 대입해보며 사고력을 확장시켜주는 책.
코비드로 저녁 이후의 시간이 늘어난 겨울밤, 조용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PS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http://naver.me/GnGA59s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