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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Mar 26. 2020

그날 우린 참 많이도 넘어졌지.

이상하다. 항상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 살아왔던 내가 웃고 있다.

그날 우린 참 많이도 넘어졌다.

진흙탕에 미끄러져 한 번, 모래에 미끄러져 두 번.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전기 오토바이의 핸들, 서투른 운전으로 옷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무릎엔 피멍이 들었다.


이상하다.

항상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던 내가 웃고 있다.

분명 넘어지면 투덜대기 바빴던 내가 웃고 있다.

진흙 범벅이 된 옷과 땅에 처박힌 핸드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재미있는 걸 오늘 처음 해봤다는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내가 스물세 살 먹도록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교통사고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넘어지기 무섭다는 핑계로 운전이 주는 자유로움과 재미를 포기했다.

넘어져서 아플 걸 너무 걱정한 나머지, 넘어지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잊어버렸다.

나는 그동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려워하며 얼마나 많은 인생의 재미를 놓쳐온 걸까.


우리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걸음마를 뗄 수 있었을까

우리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바람에 맞서 달릴 수 있었을까,

우리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단단히 땅 위에 설 수 있었을까.




우린 아마 앞으로도 많이 넘어질 거야.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우리를 넘어트리려 하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린 씩씩하게 무릎을 털고 일어서는 것에 더 익숙해질 거라는 것,

그리고 상처는 넘어진 후에 갖게 될 즐거움보다 못하다는 것.


우리,

넘어져도 절대 주저앉지는 말자.
 




솔향을 머금은 글과 사진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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