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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Apr 19. 2022

무언가를 20년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작

나는 올해로 20년 차 교사이다. 

신규 시절에는 까마득해 보이던 20년이라는 숫자가 벌써 나에게 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첫 시작에는 설레었다가 3~4년쯤에는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10년쯤 되니 언제 끝날 지만 바라보게 되었었다. 끝을 기다리며 직장에 가는 건 참 괴로운 일이었다. 잠깐의 육아 휴직 후 복직한 학교에서 나에게 진짜 행복한 일은 아이들과 열띤 수업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수업에 엄청난 열정을 쏟아붓기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 꿈을 꾸며 살고 있다.(긴 20년의 서사를 단 4 문장에 담은 나도 참.. 언젠가 이것도 글로 쓰는 날이 오겠지. 오늘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므로)


20년이 되어도 수업은 늘 어렵고 실패 투성이이다. 

이번 시간은 어떤 학생이 마음에 쓰이고, 또 다음 시간은 어떤 자료가 영 못마땅하다.

나는 신규 때 보다 20년만큼의 경험을 쌓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수업을 준비해나가는 속도가 신규보다 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수업에는 완벽이 없으므로 늘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20년 차가 되어도 또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생겨난다. 20년간 하였더라도 또 더 정진해야 할 끝없는 길이 이어져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은 수업에의 열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을 더 알고 싶고, 모든 아이들을 감싸안는 교사가 되고 싶고, 나를 통해 생물을 배울 아이들에게 좀 더 아름다운 생물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또한 나의 이 에너지가 주변을 물들일 수 있는 가치로운 것이 되었으면 하여서이다. 그러한 일에 앞으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껴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평소 멘토로 여기는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15년, 20년 공부한 사람은 더 빨리 배우고 나아갈 것 같지만 공부는 누구에게나 그만큼의 시간을 요구해요. 묵묵히 시간을 투자하여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은 이제 시작이에요.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하면 됩니다.


며칠 전 발행한' 나는 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글을 보고 전화하신 걸까? 나의 조급한 마음을 눈치채시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나는 지금 20년의 경험을 쌓은 교사이지만 학문의 시작에 서 있는 새내기 대학원생이다. 학문을 한다는 것이 그 첫 시작에는 설레었다가 3~4년쯤에는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10년쯤 되면 언제 끝날 지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15년 2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재밌기도 하다. 엄청나게 몰입해서 본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오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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