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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Apr 23. 2022

부모님께 브런치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못된 딸의 간만의 효도

브런치를 통해 내가 가장 얻었다고 생각되는 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이다.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라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쉽게 친밀해지는 성격이 아니라 속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직업의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브런치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단지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의 삶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준다. 나와 다른 성별, 다른 직업, 다른 나이의 사람들의 삶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읽는 것이 재미를 넘어 내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낀다.


가장 많이 느껴지는 건 삶의 모습에 대한 내 생각이 매우 유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나도 그렇게 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나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된다. 하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한 것들,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것들을 어쩌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나도 전원주택에 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는 해외 유학을 도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팔십이 되어 수업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글로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책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그러다가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특히 우리 아빠.(부끄럽지만 아직도 아빠라고 부른다.)


아빠는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으시다. 새로운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보길 좋아하시고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을 배워서 사용해 보고자 노력하신다. 관심 분야에 관해서는 여기저기 오래도록 검색하시며 정보를 얻기도 하신다.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시고 유머를 잃지 않으신다.


아빠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셨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셨던 탓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평생을 고향에서만 살아오셨다. 거의 70이 다 되는 세월을 고향에서만 살아오신 게 지금은 너무도 답답하신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강릉이나 제주도 같은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안되니 쉽게 도전하지 못하신다.


아빠가 브런치의 이런 글들을 읽어 보시면 어떨까?
강릉이나 제주도에 살아 보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아빠가 글을 쓰면 어떨까?
새로운 인생의 활력이 생겨나시지 않을까?
아빠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저녁이 하기 싫어 남편에게 나가서 먹자고 했더니 남편이 장인 장모님도 같이 가시자고 연락할까 물어본다. 차로 15분 거리에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못 뵌 지 2개월이 넘었는데 남편이 얘기하기 전에 난 이런 생각도 못하는 못된 딸이다. 전화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정말로 오랜만에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잔 했다. 자연스럽게 브런치 이야기를 꺼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자랑도 하면서. 역시 아빠는 관심을 보이신다. 하지만 조용히 언제 시간을 내어 한 번 해봐야겠다고 하신다. 우리에겐 쉬워도(사실 나도 새로운 것엔 겁부터 나는데) 어른들에겐 그렇지 않으니 혼자 시작해 보시긴 어려울 것이다.


안 되겠다. 오늘 바로 앱을 깔아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려야겠다. 아빠가 좋아하실 만한 글을 하나 보내드리며 앱을 설치했다. 카카오톡으로 브런치에 간단히 가입이 되니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엄마 휴대폰에도 바로 설치해드렸다. 글을 어떻게 읽을 수 있고 그 작가의 다른 글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라이킷 기능과 댓글 기능까지 5분 정도만에 간단히 보여드렸다.


내 아이디는 알려드리지 않았다. 능숙하게 사용하시게 되면 아마 찾아내실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보려고 한다.^^


누가 알겠는가 아빠가 3년 뒤엔 제주도에 지내시며 책을 내실지.




브런치의 많은 작가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  부모님께 소개해 드린 글.(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링크하였습니다.)

팔십을 앞두고 주방에 인덕션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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