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 책 읽기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편해 볼 요량으로 읽기를 배운다. 장부를 적고 거래에서 속지 않으려고 셈을 배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써의 읽기는 거의, 혹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고차원의 읽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독서다. 그런 독서는 사치품처럼 우리를 달래거나 고귀한 재능이 잠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까치발로 선 듯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가장 기민하게 깨어 있는 시간을 바치게끔 이끌어 간다. (중략)
대부분의 사람은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만으로, 혹은 남이 읽어 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단 한 권의 좋은 책(성경)에 담긴 지혜에 자신을 내맡겨 버린다. 그러고는 남은 생애 내내 소위 가벼운 읽을거리나 뒤적거리며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월든, p.154, 헨리 데이비드 소로/더스토리 전행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