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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Sep 18. 2022

자율주행이 발전할수록 바이오가
주목받는 이유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바이오와 자율주행이라니!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기 앞서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이미 발전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2009년에 시작했다. 근래에 우리가 자율주행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라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다. 오래된 프로젝트인 만큼 웨이모는 작년에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으로 누적 3200만 km를 돌파했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2,000km임을 생각하면, 지구를 약 762바퀴를 자율주행으로 주행한 것이다. 

출처: 웨이모 /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이를 두고 혹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직진 차선이 많아서 자율주행이 쉬워서 가능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던 의견이지만,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생각보다 빨랐다. 


 21년 8월부터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는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교통이 복잡하고 지형의 높낮이 편차가 크며, 보행자와 자전거 이동량이 많아 실제로 관련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운전이 어렵다'라고 손꼽히는 도시이다. 따라서, 복잡한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어디든 상용화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구글이 시범 운행 도시로 단조롭고, 직진 차선이 많은 지역이 아닌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는 기존 자율 주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정면으로 받아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자율주행이 바이오랑 무슨 상관일까?

 자율주행과 바이오의 연관성을 생각하기 위해 자율주행이 상용화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자율주행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바로 교통사고가 압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 도로교통공단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청)의 국장이었던 카니안드라는 "교통사고 원인 중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도로환경 7%, 차량 관련 3%로 나타났다""사고에서 졸음운전, 음주 운전, 조작 미숙 등 운전자로 인한 위험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조작 미숙의 경우, 초보 운전뿐만 아니라 고령자 운전 비율이 높아 사회적으로 고령 운전자 대상의 면허 취소, 갱신 여부가 논의되며 최근에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미래에서 물론, SW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쉽게 납득이 된다.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사망자가 줄어든다는 미래는 과연 좋기만 할까?


장기기증과 교통사고

 장기기증은 대부분 교통사고 사망자로부터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운전면허 장기기증의사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운전면허장에서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장기 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국민의 4%만 장기기증을 희망하고 있어, 장기 기증 대기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서한기 기자, '연합뉴스', 장기이식 대기 중 하루 6.8명 숨지는데, 기증자는 늘지 않는다. (22.04.21)

 해외의 경우는 장기기증 상황이 국내보다 조금 더 낫다. 미국 운전자 중 장기기증 동의 비율은 15%, 유럽의 경우 9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마주하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길 기도하는 장면이 다소 소름 끼쳐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커다란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장면은 당연히 아니지만,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려면 커다란 자동차 사고가 누군가에게 일어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 대기 중에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6.8명이나 된다. 21년도 말 기준, 장기 이식 대기 환자가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추세와 장기 기증 희망 비율을 생각하면 앞으로 장기 이식 대기환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우리는 장기를 어디서 얻어야 할까?

 

 자율주행이 상용화된 미래에는 장기 공급원이 되고 있는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이는 곧 장기 이식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서 바이오가 주목받는다. 더 이상 교통사고로 인한 장기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울 미래를 앞두고,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바이오 연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주목받는 장기기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는 '인공장기'를 그 해결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1. 이종장기이식

 이종장기이식이란, 돼지 장기를 개량하여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형질전환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를 보고 Bartley P. Griffith 교수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은 획기적 수술이다.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 3D 바이오 프린팅

 기존 3D 프린팅이 잉크, 플라스틱, 금속 등을 재료로 사용하여 프린팅을 했다면, 3D 바이오 프린팅은 바이오 잉크(세포, 생체 재료, 성장 인자 등)를 재료로 활용하여 인공장기를 프린팅 하는 방식을 말한다.


 2013년, 미국 바이오프린팅 기업인 '오가노보'에서 인공 간을 3D 프린팅 하는 데 성공했다. 또, 2016년 중국 기업인 '레보텍'은 원숭이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공 혈관을 3D 프린팅 하여,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3D 바이오 프린팅 관련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인공 근육을 생성하는 데 성공하여 난치성 근육 질환 치료와 재활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외에도, 줄기세포와 생체 재료를 이용해 장기를 키워내는 방식인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계로 장기를 대체하는 전자기기 인공장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인공장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율주행으로 우려되는 여러 법률적, 사회적, 윤리적 이슈 중에서도 인간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는 큰 문제인 덕분에 바이오가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인공장기 분야가 자율주행과 함께 발전하고, 연구, 개발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문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문제를 기술의 존폐를 논하여 해결하려는 방식은 쉽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율주행 상용화에 인공장기의 상용화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문제이다. 어쩌면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공장기 분야가 급속도로 연구가 진행되고 개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공 장기 기술이 발전한다면,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병원에서 장기간 기다리기만 하는 일은 점점 사라지는 미래가 기대된다.


요약
1.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를 눈앞에 둘 만큼 발전했다.
2. 그에 따라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3.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면 장기 기증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가 주목받고, 자율주행과 함께 발전하고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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