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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Oct 25. 2022

스타트업은 '식물'처럼

식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

 생명과학을 전공하다 보면 종종 인문학을 배우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게 이러한 생각에 빠질 때는, 생명의 정교함과 치열함에 놀라는 순간들이다. 그 덕분에 나는 전공을 공부하며 작게는 세포부터 크게는 동물계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때로는 반성도 하면서 말이다.


가장 스타트업스러운 생물

 식물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 지 잠시 생각해보자. 깨끗한, 좋은, 안전한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주로 떠오른다. 긍정을 넘어서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로 식물은 인간에게 호감이다. 특히 산불이라도 발생하면, 피하기라도 하는 동물과 다르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타들어가는 식물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착하고 보호가 필요한 이미지의 식물에서 스타트업이라니... 다소 생뚱맞게 들린다. 절대 식물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관심 분야에 파고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을 꾸준히 주어 정성을 들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장 그대로 가장 스타트업스러운 생물이 식물이기 때문에 설명을 하려고 한다.


1. 자원으로서의 식물

 식물은 싫든 좋든 여러 초식 동물과 곤충들에게 자원으로 섭취된다. 열매의 경우는 번식을 위해, 맛과 영양분을 제공해서라도 먹히고 싶어 하고, 식물의 몸은 먹히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어 기작을 활용한다. 이러한 자원으로서 식물의 가치는 식물이 책정하지 않는다. 즉, 식물이 보유한 내용물과 내용물에 대한 방어 정도에 따라 소비자가 섭취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식물에게 너무 중요하여 꼭 지켜내어야 할 부위가 있어서 가시를 돋고, 독을 품는 등의 다양한 방어 기작이 존재하여도, 소비자인 동물에게 너무 매력적인 자원을 품고 있다면 결국 먹힐 것이다. 반대로, 아무런 방어 기작이 없는 부위일지라도 먹을 가치가 없다면 그 어떤 동물도 먹지 않는다.

안 그래 보이지만, 초식 동물도 식물을 골라 먹는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적인 생태 양상은 스타트업 씬에서도 나타난다. 제품의 접근성이 나쁘고, 디자인이 예쁘지 않고, 사용감이 좋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면 사용하는 소비자는 존재한다. 그 반대로 완성도가 높고, 심미적으로 예쁜 제품일지라도 소비자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떤 소비자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식물처럼 영양분을 갖춘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설령 제품에 가시가 난 것처럼 접근성과 디자인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감수하여 손이 베이면서도 사용을 희망하는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멋진 체계와 사용성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영양분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지에 집중하여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정말 좋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면, 식물처럼 사력을 다해 막아도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 더 소비자 중심적으로 생각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2. 초식동물은 식물을 죽이지 않는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사자가 숨죽여 먹잇감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감을 느끼고, 집중된다. 이는 본능적으로 생사가 걸린 단 한 번의 순간을 느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젤이 풀을 뜯는 장면에서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다. 가젤에게서 폭력성을 못 느낄 수도 있고, 잔잔한 배경음악 탓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사가 걸리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초식동물은 식물을 죽이지 않기 때문이다. 먹혀도, 먹혀도 뿌리만 남아있다면 식물은 다시 자란다.

실패가 죽음인 동물의 세계

 앞 문단에 서술했듯이 식물은 방어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초식동물에게 먹힌 것이다. 그런데 식물은 좌절하지 않는다. 다시 자라고, 또다시 먹히게 된다. 이 자체로도 훌륭한 태도지만,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식물종은 먹히고만 있지 않는다. 먹힌 이후, 무언가 아주 약간이라도 개선하여 바로 옆에 있는 식물보다 덜 먹히는 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이러한 개선은 아이러니하게 몸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경험한 뒤에서야 할 수 있다.


 실패는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해야 진정한 개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실패는 괴로울 것이다. 식물이 온몸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한 이후의 개선이다. 명확한 피드백을 통해 성장과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멸종하게 된다. 우리는 조금 실패가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실패를 해나가야 한다. 실패 없는 개선은 없기 때문이다. 아프겠지만, 실패를 양분 삼아 계속 자라나는 식물처럼 도전해야 한다.


출처: http://fundersandfounders.com/author/anna-vital/



요약
1. 식물이 어떠한 가시와 독을 품어도, 소비자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는 반드시 섭취한다. 이처럼 조금 사용하기 불편하고 완성도가 낮아도 소비자가 사용할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2. 초식동물은 식물을 죽이지 않는다. 먹히더라도 피드백을 해서 계속 자라날 뿐이다. 이러한 자세가 스타트업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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