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의 눈 Nov 06. 2022

나는 달러가 비싸서 미국 주식을 산다.

달러가 비쌀 때는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될까?

기획자가 바라보는 환율과 미국 주식

 나는 투자 혹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며, 어떠한 투자 의견을 제시할 만한 경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획자로서 호기심이 생긴 문장이 있는데, 바로 "환율이 올라서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돼"라는 문장이다. 필자는 이 문장에 큰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데이터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전문가가 아님에도 경제와 주식을 논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기획자의 시선(김재성의 눈)으로 내 생각을 풀어냈음을 밝힌다.


환율이 올라서,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돼

 최근에 시장은 좋지 않고,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꼭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환율이 올라서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돼"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득 이 말은 사실일까?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흔한 농담 말로 개미와 반대로 투자해야 투자를 성공한다지 않는가?


 최근 환율이 오름에 따라 인터넷에 조금 검색해보니 여러 SNS에서 미국 주식에는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환율이 내리고, 주식이 오르는 무릎쯤에서 사야 한다"는 조언 글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들어도 합리적인 이 의견에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은 "환율이 내렸기 때문에 미국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는데?"이었다. 과연 환율이 올라서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말을 데이터도 뒷받침하고 있을까?


 그래서 정말 달러가 강세일 때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되는 것인지, 왜 달러가 약세일 때 미국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는 못 들어보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숫자로, 데이터로.



과거에 환율이 올랐을 때 미국 주식은?
원-달러 그래프 1996 ~ 2022
S&P 500 지수 그래프 1996 ~ 2022

 데이터로 사실 확인을 위해 1996년 ~ 2022년 현재까지의 원-달러 환율 그래프와 S&P 500 미국 지수 그래프를 살펴보기로 했다. S&P500 지수 외에 나스닥 지수, 다우 지수도 확인을 해보았으나 변동성의 차이가 있을 뿐 경향성에 큰 차이는 없어서 임의로 S&P500 지수를 택했으며 지금부터는 간편하게 '미국 지수'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가장 유명한 몇 가지 경제 위기 시절의 원-달러 환율과 미국 지수 그래프에서 초록색 네모로 인덱스 해놓았다. 위 그래프에 표시한 경제 위기는 96년도부터 현재까지 총 5가지로 IMF, 닷컴 버블, 리만 사태, 유럽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를 선정했다. 실제로는 더 많은 경제 위기가 존재했었지만, 변동성이 커서 그래프에서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면서 유명한 경제 위기 5가지를 임의로 필자가 선발했다. 이 중에 IMF의 경우 글로벌 위기는 아니었으나, 중요한 인사이트가 되는 점이 있어서 포함시켰다. 지금부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자.


5번의 경제 위기는 어땠나

1. 1997년 IMF

 글로벌 경제 위기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에 닥쳤던 가장 큰 경제 위기였다.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미국 지수는 환율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마 한국만의 국지적인 리스크였기에 그런 것 같다. 최근 터키나 베네수엘라의 화폐가치 폭락이 세계 경제에 엄청 큰 영향을 안주는 것을 고려하면 비슷한 이유라 추측된다.


2. 2000년 닷컴 버블

 닷컴 버블에 의한 하락은 박스가 긴 것처럼 미국 지수가 900일 넘게 50%의 하락이 이어졌다. 그에 따라 환율도 급등했다가 저점 대비 10 ~ 20% 높은 구간을 횡보했다. 닷컴 버블로 인한 하락장이 끝나자, 환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미국 지수는 우상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담으로 역사상 가장 긴 하락장으로, 당시에 하락 직전 코스닥 지수는 292.5까지 올랐었다. 이는 현재 코스닥 지수로 환산하면 2,925인 셈이다. 22년이 지난 오늘날 코스닥 지수가 700 임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3. 2007년 리만 사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약 50% 미국 지수가 하락하면서 환율도 급등하게 된다. 닷컴 버블과 매한가지로 하락장이 끝나자 환율이 잡히면서 미국 지수도 상승한다.


 인덱스는 안 해놓았지만 리만 사태 이후로도 불안한 경제 속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모습이 몇 번 포착되는데, 그때마다 미국 지수는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2011년 유럽 금융 위기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였는데, 지나고 보니 비교적 가벼운 하락장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기간에도 환율이 오르면서 미국 지수는 하락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간 동안 유럽의 위기가 제시되던 시기였기에 체크한 인덱스 앞 뒤로도 원화의 급락이 존재한다. 또, 그때마다 미국 지수는 하락했음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5.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미국 지수가 36%가 짧은 기간 동안 급락했던 시기이다. 짧은 기간으로 변동성이 컸기에 위아래로 환율과 미국 지수의 급등락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에도 환율이 상승하고, 미국 지수는 하락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히 환율과 미국 지수의 경향성을 나타내면 이러하다.


3가지 INSIGHT

1. 고환율과 낮은 미국 주가는 동행한다. (단, 글로벌 위기에서만)

 IMF처럼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는 안전자산이라고 인식되는 달러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없다. 이 때문에 고환율과 낮은 미국 지수는 동행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고, 환율이 낮아질 때는 필연적으로 미국 지수는 높다. 따라서 환율이 낮아지면 미국 주식을 산다는 의미는 비싼 가격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낮을 때 미국 주식 지수가 높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서 미국 주식을 사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즉, 환율이 낮을 때 미국 주식을 사고 환율이 높을 때 미국 주식을 판다는 것은,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서 판다는 의미와 같다.


2. 그게 아니라 환율이 조금 꺾이면서 무릎에서 사야 한다.

 닷컴 버블 때처럼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하락장이 있을 때는 유효한 전략인 것 같다. 당시에는 환율이 어느 정도 잡힌 시점에서도 미국 지수는 계속 하락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고환율이 유지되는 하락장인지, 급락하는 하락장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락장이 끝난 뒤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미국 지수만 보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만약 최근에 환율이 조금 꺾이면서 지수가 회복하기에 '무릎'이라고 판단하여 매수를 했다면, 환율이 다시 오르고 미국 지수가 내린 지금 2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하락장 가운데에서 현재가 무릎인지는 알기 어렵다.  


3. 그러면 차라리 고환율에 사자

 무릎을 알 수 없다면 무릎이라고 예상되는 시점마다 분할 매수를 하면 어떨까? 아래 그림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하락장은 총 24번, 그중에 최대 하락폭은 1929년에 -86.2%이다. 계산해보니, 지난 24번 하락장 동안 평균 33.425%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 지수의 최저점은 약 30%의 하락 가까이에 와있다. 데이터 상 평균 하락률에 근접해있다. 앞으로의 하락이 지속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데이터 상으로는 평균적인 바닥에 와있다. 지금부터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분할 매수한다면 안전한 투자법이 되지 않을까?

https://awealthofcommonsense.com/2020/03/how-long-does-it-take-to-make-your-money-back-after-a-bear-



 지금까지 데이터로 확인해본 미국 지수와 환율의 상관관계였다. 지난 데이터로 확인했을 때 환율이 높을 때 미국 지수가 내려가는 경향성이 있으며, 환율이 낮아진다고 하락장이 끝난 '무릎'이라고 확신할 수 없음을 같이 데이터로 확인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지표와 연관되는 요소가 분명 존재하고,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이유가 존재할 것이니 신중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지난 하락장 분석을 지수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지수 추종 ETF를 샀다. 추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써보며 성공 요인 또는 실패 요인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요약
1. 환율이 올라서 미국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말은 정말일까?
2. 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환율이 오를 때 미국 지수는 감소하는 경향성을 확인했다.
3. 높은 환율과 낮은 주가는 동반하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은 '식물'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