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에 집중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나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타인의 의견이 궁금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많다. 비단 넷플릭스뿐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소비 후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가 콘텐츠 소비의 연장선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카카오TV, 웹툰 또는 여러 콘텐츠 서비스의 댓글에서 많은 토의와 내용을 추측하고 해석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를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이기에 댓글 수에 따라서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사용자의 재미는 배로 만들며, 콘텐츠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바로 댓글 기능인 셈이다. 그런데 유독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서는 댓글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대해 알아보자.
DVD 대여 사업에서 출발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DVD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영화 추천받기를 희망하며, 요즘 잘 나가는 DVD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고, 또 기존 DVD 대여 방식에서 발생하는 반납과 연체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러한 고객 불만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던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는 1999년 단돈 월 15.95달러를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DVD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시청을 완료한 DVD는 집 근처 우체통에 넣으면 다음 DVD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DVD 반납의 귀찮음과 연체료에 대한 거부감을 넷플릭스는 해결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넷플릭스는 고객의 평점과 리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여, DVD 가게 주인에게 영화 추천을 받는 풍경을 사라지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즐기는 고객 행동 양상을 바탕으로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것 같다. 실제로 창업자인 리드 헤스팅스는 처음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꿈꿔왔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몇 수 앞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콘텐츠를 즐기는 고객 행동 양상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드라마를 본 뒤에 하는 행동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
우리는 이번 주에 개봉한 영화나 이번주 드라마 내용은 학교, 직장 등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거리로 활용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를 지인들과 나누는 것은 소비한 콘텐츠를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았어도, 주위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기로 마음먹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행동하는 자연스러운 사회 활동이 '입소문'인 셈이다.
우연인지 전략인지 넷플릭스의 초기 DVD 구독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게 되는 데에도 넷플릭스 고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 DVD가 콘텐츠 산업이라는 점과 파격적인 구독 서비스로 인해 넷플릭스는 저절로 입소문날 수 있었다. 아마도 언제, 누구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로 시청했다는 대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때부터 넷플릭스와 입소문의 인연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넷플릭스와 입소문
오늘날의 넷플릭스 마케팅은 여전히 입소문 전략에 근간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입소문 전략은 OTT 구독 서비스인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에도 매우 적합하다. 무료인 유튜브와 다르게, 넷플릭스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 않는 소비자는 요즘 어떤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있는지, 인기는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는 신규 구독자를 유치해야 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 매우 골치 아픈 부분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는 잠재 고객들에게 입소문이 나도록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다음 2가지가 있다.
이전에는 영화, 드라마 광고는 내용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흥미 유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광고는 소비자가 찾아가고 싶고,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찾아가게 되는 오프라인 체험 광고를 선보인다. 이미 콘텐츠를 재밌게 소비한 소비자는 시간을 내어서 찾아가 즐기고, 즐기는 사진을 SNS에 공유한다. 반면 콘텐츠를 모르는 잠재 소비자들은 이러한 오프라인 체험장을 보거나 지인의 SNS를 보며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과거와는 사뭇 다르지만, 먼저 콘텐츠를 즐긴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입소문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하면 비슷한 카테고리의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맡기는 것이 상식이었다. 왜냐하면 콘텐츠와 비슷한 관심 분야를 가진 고객들에게 마케팅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드라마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카테고리 인플루언서를 통해서 광고를 진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보건교사 안은영'에 나오는 젤리나 수제북을 활용한 ASMR 유튜버에게 광고를 맡기거나, 요리 유튜버에게 광고를 맡기는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떠한 유튜브 취향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든 간에, 넷플릭스 드라마를 접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취향의 잠재 고객에게 마케팅할 수 있음은 물론, 이미 콘텐츠를 소비한 소비자들이 광고 유튜브에 찾아가 댓글에서 적극적으로 '입소문' 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넷플릭스의 입소문 전략에 의해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고 있어도, 요즘 잘 나가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알 수 있다. 핫플레이스에 설치된 오프라인 체험존과 자신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색다른 광고, 이를 본 소비자들의 SNS 바이럴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에서 왜 댓글 기능이 없는지 추측할 수 있는데, 바로 댓글이 입소문에 적합하지 않은 기능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밖인 오프라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서 넷플릭스 콘텐츠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즉,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 곁에서 넷플릭스 이야기를 나누어 입소문이 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구독을 하고 있지 않은 잠재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는 아마 앞으로도 댓글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약
1. 넷플릭스는 과거부터 '입소문' 전략을 사용해 왔다.
2. 오늘날의 넷플릭스의 마케팅을 보면 여전히 입소문에 집중하고 있다.
3. 그러한 측면에서 구독자끼리 소통하는 댓글 기능은 넷플릭스의 마케팅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