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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Jan 11. 2023

Lucid 자동차를 취소하면 고객에게 oo 한다.

feat. 스타트업의 초심

Lucid(루시드)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인간의 경험을 중심으로 가장 매혹적인 전기차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채택을 고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사명을 가진 전기차 기업 Lucid(루시드)는 2007년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나스닥에 기업공개되어 있는 어엿한 대기업이다. 이러한 루시드는 테슬라와 전기차 경쟁사로서도 왕왕 언급되는데, 이는 단순히 같은 전기차 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테슬라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연결 고리는 루시드 창업자인 버나드 체(Bernard Tse)가 테슬라 부사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테슬라의 주요 인물이었던 그가 루시드를 창업하게 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과거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가 되면서 경영 방식 마찰로 버나드 체가 퇴사하였고, 버나드 체의 경영 방식에 동의하는 테슬라 엔지니어들과 함께 아티에바(현재의 루시드)를 창업했었다.


 그렇게 탄생한 루시드는 최근 상황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생산 비용에 대한 극심한 문제를 겪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주문 취소량까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를 앞두고 사정이 좋은 기업이 있겠냐만은 루시드는 여러모로 어려워하고 있다. 이를 본 일론 머스크는 최근에 2차례나 "루시드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트위터를 남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론 머스크가 루시드를 정말 경쟁사로서 인정하고 있기에 불안한 마음에 공격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루시드가 위협적이긴 했나 보다.

루시드가 곧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주문 취소가 증가하는 Lucid 차량...

 루시드 차량 주문을 취소 시에, 2주간 최대 14번 전화를 걸어서 고객의 마음을 돌리라는 이메일이 유출되었다. 처음에 이러한 내용의 뉴스를 접했을 때는 오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여전히 같은 내용의 뉴스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루시드에서 부인하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다.

 기사 내용을 일부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Insider(내부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루시드가 고객들에게 취소를 막기 위해 최대 14번까지 전화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소매업 종사자들에게 압력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내부 이메일을 보았다."


왜인지 한국어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여담으로 그래서인지 주가도 평탄치 않다... 상장한 지 5년 채 되지 않았지만 액면분할을 고려해도(액면분할은 한 적이 없었다..) 공모가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 국부펀드가 루시드의 지분을 61%나 투자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재무적 투자 목적도 있겠지만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루시드의 무언가 저력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출처. Investing.com


그래서 전화는 잘한 건가?


- 고객 관점

 꽝일 것 같다. 취소한 마음을 돌리는 데에 수 차례의 전화가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필자는 가격대에 따라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 심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고가 제품이나 사치품일수록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판단 사이를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인터넷에서 이야기되는 '아이패드병'이라는 신드롬이 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지만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생긴 신조어인데, 아이패드를 사야만 치료된다고 하여 아이패드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아이패드를 사실상 사겠다는 마음(감정적 판단)을 먹은 뒤에, 이 판단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 이성적인 구매 사유(이성적 판단)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 제품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야 할 이유들도 갖추고 있어야 고가 제품과 사치품이 팔린다고 볼 수 있다.

감정적으로 사고 싶으면서 이성적 스펙도 좋은 아이패드

 그런데 감정적 판단과 이성적 판단의 어딘가에서 고가의 제품인 루시드 차량을 구매 결정했던 소비자들이 구매를 취소하는 일이 루시드에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시 경제 상황을 미루어보았을 때는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경기 침체로 인한 '포기'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소비자에게 기업이 구매를 끈질기게 권하면 감정적 판단과 이성적 판단이 절묘한 조화로 구매 결정을 내린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이성적 판단을 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결국 경기가 회복된 뒤에 다시 구매를 할지 모르는 잠재 소비자를 영영 놓치는 판단이 되지 않을까?


- 창업가 관점

 나스닥에 상장된 10조 규모의 기업의 절박함에 놀랐다. 글에서는 고객 관점을 먼저 썼지만, 사실 루시드의 절박한 심정에 감동해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이미 대기업이 되어버린 루시드가 이번 사건으로 보여준 고객에 대한 집착과 절박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연락이나 어떠한 요구나 부탁 이후에, 답장이 오지 않으면, 전화를 받지 않으면, 거절하면, 예의를 차린다는 핑계로 더 이상의 연락은 그만두고, 대안을 찾기 바빴다. 또 많은 사람을 응대한다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고객에게 충분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충분한 피드백이 오는 고객에게 집중하기도 했다. 사실 양쪽 모두 놓쳐서는 안 되었는데, 타기팅이라는 핑계로 응답을 잘해주는 고객 하고만 연락을 했다. 필자에게 1명의 고객이나 파트너에게 14번 소통을 시도할 의지가 있었더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거절은 두렵다. 거절이 지속되면 좌절감도 들고, 정성 들여 준비했는데 거절을 당했을 때는 이성에게 거절당하는 것보다 훨씬 큰 좌절감이 든다. 안타깝게도 거절당하지 않고는 제품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고객의 거절하는 이유나 중요한 파트너사가 어떠한 우려사항으로 거절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그 부분만 해결하면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앞 뒤 안 가리고 내 제품만 고객에게는 강요하라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거절자체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거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제품을 개선한 다음, 루시드와 같은 집념을 가져서 고객에게 다시 선보인다면 13번은 귀찮아해도 14번째는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약
1. 루시드 자동차를 주문 취소하면 최대 14번의 설득 전화가 온다.
2. 고가 제품인 루시드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CS 방식이라 생각된다.
3. 하지만 거절에 대응하는 루시드의 절박함은 모두가 본받을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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