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의 눈 Sep 04. 2022

서핏은 왜 어플을 만들지 않을까?

Feat. 어플을 만들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 2가지

어플 만들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전달하려는 가치'와 '결'


 필자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컨텐츠를 좋아한다. 그래서 브런치, 인스타그램, 이메일 구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글을 읽고 있다. 아직까지는 무료 컨텐츠만 소비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읽어보고 싶은 유료 컨텐츠들도 많이 생겨서 언젠가는 유료도 이용할 것 같다.


 인터넷에는 양질의 무료 컨텐츠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보다 더 많은 컨텐츠를 제공받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저장하고 팔로우하며, 링크만 아카이빙하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컨텐츠들도 많다. 처음에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기능을 이용해서 링크를 모았는데, 점점 다른 내용들과 뒤섞이면서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식으로 읽지 못하고 잊히는 글 링크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 지금은 개인 슬랙에 따로 저장해 두고 있다. 슬랙에 저장한 뒤로는 확실히 잊히는 컨텐츠는 없어졌지만, 후순위로 밀리는 컨텐츠들이 쌓이고 있는 것을 보아, 저장해둔 글은 잘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크게 필자에게 2 분류로 나누어지는 아티클
1. 접하는 즉시 바로 읽는 글
2. 지금은 읽을 여력이 안되지만 나중에는 꼭 읽고 싶은 글


 내가 링크를 저장한다는 것의 의미는 '지금은 읽을 여력이 안되지만 나중에는 꼭 읽고 싶은 글'이다. 보통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저장을 해두거나, 읽다가 저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접하는 즉시 바로 읽는 글들은 매일 존재하기 때문에 슬랙에 나중에 읽을 글들을 저장해서 모아둔다고 한들, 미래의 필자가 접하는 즉시 바로 읽는 글에 밀리게 된다.


 이렇게 링크를 개인 슬랙에 저장해오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어떠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접하는 즉시 바로 읽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 적절한 채널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바로 읽은 것이었다. 다시 말해, 글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유독 저장만 하게 되는 채널이 있고, 비교적 접하는 즉시 바로 읽게 되는 채널이 있었다.

출처: chrome 웹스토어, 서핏

 필자에게 접하는 바로 읽는 글을 자주 제공하는 채널은 바로 '서핏'이다.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으로서, 크롬의 새 탭을 통해서 커리어와 관련된 나의 관심 있는 분야의 아티클을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유튜브, 미디엄, 깃허브, 그리고 개인 블로그까지 다양한 채널에서 발행되는 컨텐츠들을 링크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브런치의 글도 자주 보인다.


좋은 글인지는 읽어봐야 안다.

 아무리 좋은 글이어도 읽히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동시에, 읽은 글이 모두 좋은 글이 될 수는 없다. 즉, 읽어봐야 좋은 글인지 아닌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크건 작건 시간과 노력을 들이니까 말이다. 즉, 아티클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은 글이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투자인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필자는 '왜 유독 서핏을 통해서 아티클을 많이 읽고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나의 링크 저장 습관을 보니, '서핏'에서는 비교적 컨텐츠를 즉시 소비하고 있었고 브런치, 이메일과 인스타그램은 저장하게 되는 빈도가 더 높았다. 나의 아티클 읽는 습관을 정리하면 아래 사진과 같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브런치, 서핏, 인스타그램, 이메일 구독 모두 제공해주는 내용은 비슷하다. 관심 있어할 만한 내용을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는 형태이다. 

나를 관찰해보니 이러하다.
결이 맞는다는 것

 가장 큰 이유는 읽는 관심사와 아티클을 제공하는 채널인 서핏과 결이 맞다. 필자가 주로 읽는 아티클은 스타트업, 기획, 개발 등인데, 이들은 모두 업무라는 결에 있다. 업무는 보통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인 컴퓨터를 통해 업무 관련 컨텐츠를 접하게 되면 비교적 즉시 읽게 된다.


 반면, 브런치의 경우 컴퓨터로 읽기도 하지만 보통 휴대폰으로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관심사와 결이 다른 상황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쉬는 도중 휴대폰 알림을 받을 때 등 업무와 관계없는 일상에 밀접하게 닿아있을 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티클을 접하면 관심사이긴 하니, 읽고는 싶은 데 상황적이나 정신적으로 읽을 여력이 안되고 저장하게 된다.


 인스타그램도 매한가지이다. 휴식의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와서 업무와 관련된 유익한 내용을 마주친다면, 읽고는 싶지만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게시물을 저장하거나 팔로우를 하고 나중에 읽기로 결심하게 된다.


 정리하면 서핏이 특별해서, 서핏이기 때문에 서핏을 통해서 아티클들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관심사와 서핏의 결이 맞았으니 잘 사용하게 된 것이다. 만일 관심사가 요리인 사람이라면, 주방에서 보거나 휴식하면서 볼 수 있는 휴대폰이 컴퓨터보다 결에 더 맞다. 휴대폰으로 제공되는 채널 중에서도 시각적인 컨텐츠가 중요한 요리는 브런치보다 유튜브가 더 결에 맞을 것이다. 이렇듯, 관심사와 결이 맞는 채널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 채널이 적다는 것

 만약 서핏이 휴대폰 어플이었어도 내가 지금처럼 자주 이용했을까? 감히 예상하자면 절대 아닐 것이다. 서핏을 사용하는 데스크톱과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어플은 사용 양상과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크롬 확장 프로그램 - 데스크톱/노트북은 일하는 공간
앱 - 휴식/ 개인 시간


 어플의 경우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쟁 컨텐츠가 많다. 또한 휴대폰을 보는 시간을 생각하면, 보통 업무와는 거리가 먼 시간이다. 물론 어플의 접근성은 데스크톱보다 좋아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어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아닌 업무 어플이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높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채 리텐션(Retention)이 낮은 잊힌 어플이 되진 않을까?


어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IT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할 때 어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IT 서비스 중에 어느 정도 형태가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성과가 중요한 대학 지원 사업에서는 어플을 권하는 경우도 봤다. 이러한 어플은 리소스(Resourse)가 많이 드는 것은 둘째 치고, 제공하려는 가치에 더 적합한 형태의 제품이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서핏이라는 서비스를 처음 들었을 때는 필자도 어플이 아니라는 것에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직접 써보고 지금은 서핏 애용자로서 많은 고객 관찰과 공감이 이루어진 뒤에 개발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명확한 문제 정의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기존에 고객들이 그 가치를 어떠한 식으로 접하고 이용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관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이 잘 되면 어떠한 형태로 제품을 개발해야 할지는 의외로 쉽게 결정되는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를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나머지 5분을 해법을 찾는데 쓰겠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



작가의 이전글 수입차와 국산차 중에 더 많이 침수된 쪽은 어디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